정월 대보름 달 / 성백군
중천에 뜬 달
유난히 크다 하였더니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구나
저 달은
내 어릴 적 고향에서 본 달과
똑같은데, 나는
반백년 타향살이에 폭삭 늙었구나
쥐불놀이 그 언덕엔 누가 있을까
논둑 묵은 풀은 태웠을까
동산으로 달마중은 갔을까. 오곡밥은 먹었을까
백각아, 백열아, 백겸아, 철중아,
대답 좀 해봐라
더위 안 팔게
잘 있니, 어떻게 지내니
자식은 몇이나 두었고, 손자 손녀는,
건강은? 궁금한 것뿐이라
아예 잊고 살았는데
저 달은
하나도 늙지 않았으니
내 마음 훔치는 도둑이구나
찢어지게 밝은 썩을 놈의 달,
정월 대보름 달
1368 – 0228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