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탤지어의 창
이 월란
내 너를 잊었더냐
물 위를 서성이던 두 발
기어코 망각의 호수 아래 숨을 거두었더냐
호면에 비친 계절에 얼굴을 묻고
너의 손에 잡혀 긴긴 세월을 끌려간 멍든 내 손목
이제야 속절없어 놓아주었더냐
단내 나도록 내쉬던 숨결마다
허옇게 김이 서린 싸늘한 가슴창이
이제야 눈물되어 말갛게 씻겨 내렸더냐
뜬 눈으로 지센 세월, 충혈된 두 눈에
실핏줄처럼 드리웠던 너의 모습을
이제야 깊은 잠 속에 내려두고 홀로 아침을 깨었더냐
세밑에 돋은 까치발로
등 굽은 세월을 서성거리다
저 서러운 노을빛 아래 내가 먼저 저물었더냐
너의 체취에 젖은 반신을
사막의 뜨거운 태양 아래 이제야 널어 말리고서
석양에 걸린 마디마디 기억들을 못내 보내주었더냐
내 너를 잊었더냐
버린 자식같은 그리움, 버겁다 뒤돌아서
차라리 나를 놓았더냐
2007-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