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이 월란
그는 환생한 나의 아버지다
헐벗은 민무덤 앞에 돌아온 탕녀같아도
맨발로 뛰쳐나와 안아 주는 그는
엉킨 실타래같은 일탈의 짐을 허겁지겁 부려놓아도
노을 지도록 세탁기 돌려 놓고
밤 들도록 앉아 개키고 있는 그는
바람같은 샛서방 흉내 한번 내지 않고서도
보비리 소리 들어가며 아낀 돈 모아
사랑의 증표라 더 큰 것 해주고 싶었다며
옥수가락지 끼워주는 그는
밤늦도록 자지 않는 내게 몸 상한다
자기 몸 상하는 것 보다 더 안쓰러워
며칠 째 퉁퉁 부어 있는 그는
새벽동자 전에 일어나 비질한 앞뜨락에
숫햇살 가득한 아침을 차려놓으시곤
일어나라 요것들아 볼기짝을 치시던 그 아버지
인연의 영토에서 추방당한
유랑극단의 춤사위같은 연애가
감히 흉내 내지 못하는
당신은 영원한 나의 영주
환생한 나의 아버지
2007-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