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

2016.10.13 13:35

조명철 조회 수:117

한글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

조 명 철


해마다 10월 9일이면 훈민정음 반포일을 한글날이라 하여 기념한다. 세종대왕을 기리고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한글을 조선 시대엔 언문 ․ 반절 ․ 암글로 비하되었다. 일제 강점기엔 훈민정음 반포일을 가갸날이라 불렀다. 광복 후 주시경선생에 의해 한글날로 고쳐 불러 의미를 새롭게 했다. 세계를 지배하는 영어도, 동양의 패권문자 한자도, 자연발생적이어서 영어날도 한자날도 없다. 창제와 반포가 확실한 한글, 얼마나 큰 자랑인가.

한글 자랑거리는 참으로 많다. 한글 자모 28자의 제자원리를 보면 기본자를 만든 다음, 파생시켜나가는 원리다. 자음 17자 중, 발음기관을 본떠 ㄱ, ㄴ, ㅁ, ㅅ, ㅇ 다섯 글자를 만들고, 이에 획을 더해 나머지 자음을 만들었다. 모음 11자도 천․ 지地 ․을 본떠 ‧ ㅡ ㅣ 세 글자를 만들고, 나머지는 그것들을 조합해 파생시켰다. 얼마나 과학적인가.

영어의 모음은 위치나 쓰임에 따라 소리 값이 다르다. ‘a’는 아[a], 어[eo], 에이[ei], 애[æ] 등, 여러 소리를 낸다. 한자도 하나의 소리 값이 아닌 글자가 많다. 한글의 자모는 제각기 일정한 소리 값을 지닌다. 그래서 음소문자의 최고라 한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 24개의 자모로 11,000개 이상의 소리를 낼 수 있다. 일본어는 48개의 가나로 약 300여 개의 소리를, 중국어는 5만여 개의 문자로 400여 개의 소리밖에 내지 못한다.

유네스코는 1997년 한글만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다. 따라서 세종대왕이 태어난 5월 15일을 세계 문맹 퇴치의 날로 지정했을 뿐 아니라, 문맹퇴치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 ‘세종상’을 수여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어는 유엔의 언어 영향력 평가에서도 그 순위가 9위이다.

자랑거리는 그것만이 아니다. 유네스코에서는 한글을 소수민족의 언어 표기에 사용하게 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바벨계획’이 그것이다. 말은 있되 글자가 없는 수많은 소수민족들, 그들의 말을 한글로 쓰게 함으로서 언어의 사멸을 막아 언어 다양성을 높이려 함이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배워 그들의 언어를 기록할 수 있게 한 것은 좋은 사례다.

영국의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 존 맨은 문자의 기원과 세계 주요 언어 자모字母의 연원을 추적한 ‘알파 베타’라는 책에서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다.’라고 칭찬한다. 언어연구학으로 세계 최고인 영국 옥스퍼드대 언어학 대학에서는 문자의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는데 단연 한글이 1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문맹률 0.1%다. 하루면 깨칠 수 있는 쉬운 문자 한글 덕분이다. 중국은 문맹률 50%다. 아프리카와 비슷한 문맹률이다. 한자의 어려움 때문이다. 미국도 문맹률이 20%다. 스스로 터득하기 어려운 문자 때문이다.

한국어능력시험이 1997년부터 시행되었다. 처음은 4개국 14개 지역에서 시행되었지만 2013년엔 62개국 192개 지역에서 실시되었다. 응시자는 매해 20~30%씩 증가하고 있다. 최빈국에서 경제 10대 강국으로의 발전과 K팝의 영향도 클 것이다.

오늘날 정보화 시대에 한글은 더욱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휴대폰을 사용할 때도 매우 편리하다. 훈민정음의 천지인 · - | 세 개의 버튼을 조합해 쉽게 모음을 입력할 수 있다. 컴퓨터 자판에서도 자음과 모음을 좌우로 배열해 양손으로 자음 모음을 손쉽게 입력할 수 있다. 세계 어떤 문자도 이런 것을 흉내 낼 수 없다.

지구상엔 1만 6천여 개의 언어가 있었으나 지금은 1천 2백여 개만 남았다고 한다. 백년 후엔 10~30개 언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한글은 세계 10대 문자에 들어 있다. 남아 있을 확률은 그만큼 높다.

한국의 거리엔 외국어 간판이 즐비하다. 신문 방송에선 알 수 없는 외국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터넷엔 우리말 글을 파괴하는 신조어들이 난무한다. 우리 스스로 한글을 짓밟는 꼴이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연산군의 정음 철폐령, 일제의 한글 말살정책, 이 혹독한 시련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한글, 중국의 모택동 시대 문화 대 혁명기엔 ‘한문이 문화발전을 저해한다’ 해서 한글을 중국의 문자로 사용하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한다. 최만리가 살아 있어 이 말을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가 궁금하다.

요즈음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한자로 된 낱말을 알아야 하고, 옛 한문 고서를 읽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우리말로 굳어진 낱말을 굳이 한자로 설명할 필요가 있는가. 고 문헌도 언중의 몫이 아니라 학자들의 몫이다. 시대착오적인 발상, 아직도 모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싶다. 흔히 한자 혼용은 어휘를 풍부하게 한다고 하나 이는 궁색한 변명이다.

그래서 순수 우리말은 낮춤말이고 한자어는 높임말이라 규정한 것인가 보다. 계집 ․ 사내 ․ 아줌마 ․ 이빨은 낮춤말이고, 여성 ․ 남성 ․ 부인 ․ 치아는 높임말이라 하니, 스스로 제 나라말을 비하하는 꼴이다.

1996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언어학자 학술회의에선 한글을 세계 공용문자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이 있었다. 우리 한글이 세계 공통 문자가 되는 날이 다가오는 듯싶다. 세계 최고의 문자 한글을 창제한 나라 대한민국, 이 나라에 사는 한국인들,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가.(14.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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