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며’…
- 한국의 졸업시즌에
오정방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 합니다
물려 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여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 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
- ‘졸업식 노래’(윤석중 작사/정순철 작곡)
요즘은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라 부른다지만 옛날 우리가 국민학교를
졸업할 때는 꼭 졸업식 노래가 식순에 들어 있어서 1절은 재학생이
2절은 졸업생이, 3절은 재학생과 졸업생이 다같이 함께 불렀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울지 않은 아이들은 정말 강심장들이 아니었나
싶을정도로 대부분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끝을 다 맺지 못한다.
또한 재학생 대표의 송사와 졸업생 대표의 답사가 이어졌는데
이 또한 흐느낌을 더욱 부채질 하기에 충분했다.
지금도 이 노래를 부르면 그 옛적 졸업식 때가 생각나며 한 번 더
불러보면 옛동무들이 머리에 떠오르고 또 다시 부르면 마음이 점점
순수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이내 동심으로 돌아간다.
곡도 정겹지만 노랫말이 얼마나 순수하고 깨끗하고 긍정적이냐.
이것은 새싹회장을 지낸 윤석중 선생*의 작사에 정순철* 선생이
곡을 붙인 것인데 나는 60년대 후반부터 작사자를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고 마지막으로 뵌 것은 이민오기 직전 해인 ‘86년에 처고모부가
되시는 박태준 선생*(작곡가, 연대음대학장 역임)의 장지인 경기
어느 묘원으로 안내한 것이 끝이었는데 2003년 12월 어느날 92세를
일기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미국에서 듣고 생전의 인자하신 모습이
많이 생각났었다.
내가 국민학교를 졸업했던 해가 1954년께이니 그 사이 55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건만 지금도 이 노래는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은 풍금이 그리 흔하지 않은 것으로 알지만 이 노래는 피아노보다
풍금으로 반주해야 제 맛이 났었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그 때만 해도
중학교를 못가는 동무들이 많이 있었고 모두들 가난 했기에 헌 책을
형들로부터 물려 받아 공부를 했는데 그런 현실을 지금의 세대가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가 잘 아는 한국의 어느 중견 여류시인이 바로 얼마 전에 딸아이
졸업식을 다녀 와서 전하는 얘기가 ‘졸업식 노래’는 아예 부르지도
않았고 그 대신 후배 아이들이 노래 두 곡을 불러 주었는데 하나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또 다른 한 곡은 ''러브송''
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옛날처럼 엄숙한 분위기는 전혀
찾아보지 못했다면서 지루하고 짜증만 났다고하니 가히 그 분위기를
미루어 짐작할만하다. 그렇지 세상 다 변하는데 어찌 졸업식인들
변하지 않겠는가? 다만 우리같은 옛사람의 마음이 변해가는 이
시대를 좇아가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어쨋거나, 나는 위의 가사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 한 소절만을
택하라면 3절 첫소절에 나오는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를
뽑겠다. 모름지기 우리의 삶에 이런 아름다운 마음씨만 있다면
미움도 없고 시기도 없고 싸움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서로 싸울 때 의장이 기발하게 제안하여
이 노래를 한 두번 부르도록 한다면 모두가 양같이 순해져서 서로
잘한 것은 칭찬하고 박수치며 그렇지 못한 것은 다독거려주며 다시
재고의 기회를 준다하면 한결 품위있는 정치를 해나갈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그럴 국회의장도 그럴 국회의원도…
<2009. 2. 16>
*윤석중 아동문학가(1911-2003) /서울 출생
*정순철 동요작곡가(1901-1950납북)/옥천 출생
*박태준 작곡가 (1900-1986)/대구 출생
⊙ 작품장르 : 편안하게하고싶은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