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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즐거움( Hits : 127, Vote : 6)

2009.02.15 02:46

박영호 조회 수:850 추천:92

작 성  자  :
  박영호 [] [회원정보보기] (2004-08-28 18:13:04, Hits : 127, Vote : 6)  

홈페이지  :
  http://myhome.mijumunhak.com/parkyoungho
제      목  :
  환상의 즐거움

환상의 즐거움

얼마 전 정기적으로 모이는 한 친목 모임에서 같은 회원인 S 시인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조금 늦게 도착한 S 시인은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조금 늦게 온 것을 미안해 라도 하듯이
“ 어제 밤에는 시끄러운 폭포 소리 때문에 통 잠을 잘 수가 없어서……” 하고 조금은 엉뚱한 말을 꺼내서 우리가 영문을 몰라, 아니 폭포소리는 무슨 폭포 소리냐고 물었더니, 그가 하는 말이 주말인 바로 어제 수석(壽石) 수집차 가까운 몇 사람의 수석인들과 함께 근교 산계곡을 다녀 왔는데, 여느 때와는 다르게 썩 마음에 드는 수석 한 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수석의 모양이 마치 두 산자락이 만나는 계곡의 모양새로, 그곳에선 금방이라도 물이 쏟아져 내릴 듯한 천상 폭포의 모습 그대로라는 것이다. 그래 집에 돌아와서도 저녁 내내 그 수석을 이리 저리 살펴가며 완상(玩想)을 하고 정신을 빼았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머리맡 창가에 그 수석을 놓아두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수석이 눈앞에서 사라지질 않고 자꾸 어른거리고, 거기다가 그곳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리더라는 것이다. 그래 가만히 귀를 귀우려 보니까, 아 글쎄 물 떨어지는 소리가 정말 들리고, 나중에는 그 물 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시끄러워서 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황당하기 짝이 없고 많이 과장된 이야기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발상인가? 이는 한낱 이야기라기 보다는 바로 한편의 시이고 한 폭의 그림이며 한 악장의 아름다운 음악임에 틀림이 없다.
내가 s시인을 사귄 지가 두 해가 넘었고, 내 집에서 모임을 가질 때에도, 마침 이곳에서 열린 수석에 관한 행사에 참석차 서울에서 오신 유명 수석인을 함께 모시고 온 적도 있어서, 이분이 유명 수석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또 이분이 시인이지만 시를 쓰는 것보다는 시에 대해서 남달리 아는 것이 많으신 분이라는 것도, 그리고 회화 등 일반 예술에 대해서도 비교적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이처럼 멋있는 분인 줄은 몰랐다. 나는 이처럼 참으로 아름다움을 알고 이를 생활 속에서도 조화되게 즐기며 살아가는 이런 미적 정서에 익숙한 분들을 남달리 좋아한다.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도 누구나 다같이 가끔 상상이나 환상의 세계에 잠기게 되는 경우가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도 모르게 하나의 환상이나 환각의 세계에까지도 빠져들 수 있지만, S시인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세계에 심취한 나머지 방안에서 심산의 폭포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는, 그런 청무성(聽無聲)이라는 환청의 경지에까지 빠져들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관심이 많은 사물이나 어떤 대상에 대한 생각이 너무 깊은 나머지 공상이나 상상의 세계에 골몰하다 보면, 더러는 그것이 하나의 환상으로 발전되어 실제 사실이기라도 한 것 같은 착각 속에서, 환시나 환청 같은 환각의 세계에도 빠져 들 수가 있다. 이런 점은 심령학자들에 의해서도 증명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도 일상 생활 속에서 관심을 가지고 시도해 보면 얼마든지 이런 경지에 이를 수가 있다. 다만 우리가 그런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이나 간절한 열망이 없어서이지, 우리가 그 어떤 아름다운 세계나 한 사물에 대해 정말 관심이 깊고 애정이 지극하고 보면, 시간과 공간에 관계 없이 그 대상이 실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얼마든지 환상이나 환각으로 불러올 수가 있고, 그런 경지에 잠길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도 그에 대한 그리움이 애절하다할 정도로 너무 간절하다 보면,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상대가 실제 곁에 있는 것처럼 혼자서 상대의 체취나 온기까지도 느낄 수가 있고, 그런 느낌이 상대에게 물리적으로 전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꽤 어려서부터 이런 상상이나 환상의 세계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그것이 사실이기라도 한 듯한 착각 속에 머물면서 그 환상를 즐겼던 기억이 있다. 아마 초등학교 이삼학년 때였던 것 같다. 내가 철이 들기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내겐 아버지가 없었는데, 그 없는 아버지가 그 어디엔가 살아 계시다가 귀국해서 그럴싸한 모습으로 학교로 나를 찾아 온다는 상상이었다. 나는 수업 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골똘히 내 아버지가 나를 학교로 찾아오는 모습을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을 하면서, 내가 상상해낸 그 소설 같은 공상 속에 스스로 빠져서 그 환상이 사실이기라도 한듯한 착각 속에서, 한 동안 그 공상 속의 자신을 즐기기까지 했던 기억이 있다. 그것이 현실이 아니고 오직 한낱 상상일 뿐이라는 자각이 올 때에는 다시없이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 환상의 세계에 젖어있는 순간만큼은 다시없이 즐거웠었던 것이다.
또 이와는 반대로 이제는 실제 현존하는 사실을 없다고 부정해버리는 일종의 망각이나 몰각의 세계에 빠져들기를 간절히 소망해서, 순간적으로 내가 정말 현실 속에 없는 것 같은 착각으로 그런 무의식의 세계에 순간적으로 빠져 들었던 기억도 있다.
내 어머니는 성격이 비교적 엄하신 편이어서, 내가 어렸을 때 잘못을 저지르면 그대로 지나치는 적이 없이 바로 그때 그때 꾸지람을 많이 하셨는데, 아주 큰 잘못을 저지르거나 해서 장시간 동안 꾸지람을 듣고 있을 때는 그것이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운 나머지, 나는 그곳에 있는 나 자신을 두고 ‘나는 지금 여기에 없다.’ 하고 부정해버리는 일종의 몰각의 경지에 나를 밀어넣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면 귀에 따가운 어머니의 그 꾸지람 소리도 까마득하게 멀어지고 끝내는 순간적으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이에 걸맞지 않게 나만이 지녔던 고단위 술수인 듯싶었는데, 나중 자라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나와 비슷하게 이 같은 환상이나 몰각의 경지를 경험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렸을 때는 철이 없어서 그랬다지만 이제는 나이도 먹고 했으니 그런 비현실적인 상상이나 환상 등에 잠기는 일이 없어야 하겠는데, 나는 그렇질 못하고 아직까지도 세상적인 속된 상상이나 망상의 세계에 빠져 홀로 즐기는 버릇이 있으니 조금은 한심한 생각도 든다. 우선 여인에 대한 상상이나 망상이 바로 그렇다. 육감적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 나는 아직도 젊었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게 홀로 환상의 세계에 들어가, 눈을 뜨고서도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즐기는 못된 버릇이 있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죄의식을 느끼지만, 그래도 나는 그 때마다, ‘하느님이 우리 인간을 이렇게 만들어 놓으셨는데 뭐, 그리고 남에게 침해가 되는 것도 아닌데…… 하고 이어서, 아마 하느님도 큰 죄로 여기지는 않으시고 봐주실 거라고, 하느님께 어리광 비슷하게 얼버무리기까지 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정말 염치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나의 이런 여인에 대한 상상이나 환상이 이처럼 전부 부끄럽고 음흉한 것만은 아니다. 내게는 그처럼 감각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여인들과는 또 다르게 정말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다. 그저 곁에만 있어도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렇게 나이에 관계 없이 어머니 같고 누나만 같은 여인들이다. 이런 여인들은 실제 곁에 함께 있는 경우보다도, 가끔 나 홀로 머리 속에 떠올리고 그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더욱 더 아름답다. 마치 티없이 맑은 어린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을 때처럼 마음이 평화롭고 포근해 지는 것이다. 이런 감정은 비단 마음이 고운 여인에게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고, 한 폭의 그림이나 한 소절의 음악 속에서도 그렇고, 밤 늦게 홀로 앉아 펼쳐 든 책 속에서도 그렇고, 더러는 내가 수집해 놓은 묵은 소품들 앞에서도 그런 환상의 세계에 들어가, 그 빛깔이나 모양이나 질감 속에서 아름다운 환상의 꿈속에 잠긴다.
이처럼 내가 눈을 뜨고서도 늘 꿈을 만들어 꾸며 환상의 세계에 잠기는 것은 아마도 내 자신이 선천적으로 마음이 좀 여리고, 거기다가 현실적으로 좀 만족스럽질 못해서 이겠지만, 그래도 이런 꿈을 꿀 수 있기에 내가 살아올 수 있었고, 또 살아갈 수 있고, 또한 내 삶이 생기가 있고 아름답고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수백만이 살고 있는 이 도시의 하늘에도 무수한 별빛이 누구의 머리 위에나 공평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별빛을 바라보며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러나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전혀 관심도 없이 지나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별빛 따위를 보며 꿈을 꾸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언가 조금은 비현실적인 사람들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젊은이든 나이가 든 사람이든 이런 꿈이 없이 현실에만 취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가여운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이처럼 나이를 먹어서도 아직까지도 가끔 뜰에 나와 별빛을 바라보며 내 영혼을 드려다 보고 무언가 꿈을 꾸며, 현실과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에 젖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런 노릇인가.
나는 죽는 날까지 계속해서 이처럼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나만의 환상 속에서 내 영혼의 꿈을 즐기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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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리말 쓰기

  
Ssook (2006-02-25 17:04:10)  

환상속에서 내래를 펼수있다는게 얼마나 큰 즐거움 입니까 ?
저도 요즈음 현실을 망각한 환상속에 빠저 헤어날줄 모르고 있습니다.  

최영자 (2006-02-27 09:18:14)  

꿈의세계 사람이 꿈없이 산다면 아무의미가없지않을까요. 영호시인님이야말로 영혼의꿈을 즐길수있어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나오지않습니까
앞으로 더욱좋은글 많이쓰셔서 즐거움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