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9 15:28
못다 한 고백
소담 채영선
몸과 마음 무거운 겨울을 지나
먼 산 기슭 봄이 기웃거릴 때
가슴에는 아지랑이 피어오릅니다
하얀 눈 속에
하얀 꿈을 이고
하얀 밤을 세며 기다리다가
하나씩 머리들기 시작할 자연
조형물로 가득 찬 세상에서
헛된 그림자에 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
한 줄기 빛을 찾아 나선 길
이름도 모르고
눈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헤어진 야생화와 들풀과
바위와 고목 앞에서
미로를 헤매는 가난한 욕망에게
인내와 절제의 미덕을 가르쳐주고
결실의 계절에 찾아오시는 그분 앞에
아름답고 소담한 열매 가득한
마음 바구니 내어 드리고 싶습니다
21회 창조문학 대상 시집 < 향 연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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