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23
전체:
12,588

이달의 작가

제발 제발 / 민유자

2024.11.12 18:28

yujaster 조회 수:3

제발 제발 /  민유자

 

 

  더불어 살다보면 뜻밖에 상대에게 미안할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의외로 고마워할 일도 수두룩하다. 

미안함이나 감사함이야 누구나 느끼고 확연히 알고 있는 감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안을 두고 미안함과 감사함의 경계가 되는 지점이 있고, 여기서 생각의 차이로 확연히 다른 색갈의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치환할 없는 이유가 잠재한다.

 

  가슴 아리는 서글픈 일이지만 무정한 세월을 어이 이길 손가? 누구나 고령의 막바지 언덕에 이르면 육신은 낡고 기능이 쇠할 밖에 없다. 대소변의 기능도 예외 없이 마찬가지다. 어쩔 없이 실수하는 일이 빈번해진다. 참말로 어쩔 없는 일이다! 천수를 누리는 말년에는 누구에게나 닥칠 있는 일이니 나라고 비껴갈 수는 없을 테다. 

치매의 시모를 모시던 이야기다. 자랄 외할머니를 보며 이미 경험한 나는 적극적으로 따듯이 도와드리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자존심 높은 어머니께서는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상실의 아픔이 너무 크기 때문에 우선 부정하고싶어 진다. 처음 분비대를 입는 일조차 스스로를 용납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괜찮다고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고 사양하신다. 빈번한 실수를 어쩌다 처음의 실수인양, 매번 숨기려 하고 한사코 혼자 처리하려고 애쓴다. 혼자 처리하는 것은 감각이 둔하고 행동이 어눌한 어머니의 상태로는 하니만 못해서 몇배나 일을 만들어내곤 한다. 일상에서 잦아지는 어머님과의 숨바꼭질은 가뜩이나 무거운 짐을 지고 비탈길에서 힘들어하는 나를 낭떠러지 쪽으로 점점 밀어부치는 형국이 되어 마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하다.

 

  현실은 부정하면 수록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을 지치게 한다. 미안함이란 본의와 상관 없이 상대에게 끼치는 불편에 대하여 부끄러움이나 부담을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당연히 편안하고 즐거울 없다. 그러니 일차적으로 불행한 진실로부터 도피하고싶은 생각을 갖게 된다. 어머니의 그같이 견고한 심정을 마음으로는 십분 이해한다.  허나 이해 한다고 해서 숙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저질러진 숙제를 처리하는 나는 인내의 한계와 씨름을 밖에 없다.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을 수월하게 만든다. 현실을 바로 인정하고 도움 받기를 허용하면 미안하기보다는 고마운 감정이 생긴다. 고마운 감정은 흐뭇하고 즐거운 감정이다. 행복한 감정이니까 굳이 피하려 노력할 이유가 없다. 그냥 감사하고 기뻐하면 된다. 이렇게 종이 차이와 같은 이것이 실제로 실행하기는 멀고 어렵다.

미안한 감정은 상대의 의중을 살피지 않고 나를 중심에 두고 입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때에 생긴다. 상대의 의도와 상관없이 혼자 느끼는 감정이다. 그에 비해 고마운 마음은 나를 일단 접어두고 먼저 상대의 중심을 헤아릴 때에 내게서 자연히 울어나는 감정이다. 

 

  받을 줄만 알고 줄을 모르는 인색한 사람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경향을 자아의 미성숙으로 보고 있다. 의식 속에 분포되어있는 과도한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기인한다고 본다. 울타리를 겹겹이 두르고 스스로 자신을 가두는 형국이다. 

상대적으로 베풀 줄만 알고 받기를 극히 꺼리는 사람도 있다. 언덕위에다 높은 성벽을 쌓고 위에서 내려올 모르고 내려다만 보려는 심사다. 바람직하지 않기로는 매일반이다. 이는 심층에 없이 높은 자만심이나 과시욕일 있다고 한다. 

영혼이 자유로우려면 상황에 따라 적절히 주는 것과 받는 것이 홀가분해야 하겠다. 

 

  어머니께서 기억 상실로 시작하여 점점 인격 파탄 지경에 이르는 과정 중에 절절히 느끼고 배운 바로 수없이 뇌까린 말이다. 

제발 제발! 내게 미안해 하지 마시고 고맙구나! 착하다!” 라고 해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24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