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이 세상

2003.07.16 23:36

강학희 조회 수:394 추천: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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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이 세상 / 강학희


내가 사는 두 세상
직접 몸으로 이어지는 사람 세상과
스위치로 딸깍 이어지는 싸이버 세상

전원으로 이어지는 사각이와 더 친해질수록
낮 세상 사람들 보다
사각이네 사람들이 더 보고싶어진다

어디에 살던 약속 하나로 방문이 열리고
통할 수 있는 마음만 믿고
주인 없는 이 방 저 방을 들락거린다

보지 않아도 느끼는 그대의 깊은 시선에
보고픈 마음, 애틋한 심정을
아름다운 영상에 띄워 보내는 밤

생명 없는 너는
생명의 향기를 흠뻑 뿌려주어
마우스를 태워 잠든 빌딩 숲을 지나

머-어언, 강원도 산막골 오솔길로
노오란 송화*가 핀 소양강가로
나를 부려 놓고

그 사이, 남쪽 어느곳
작은 서재의 불빛은 내 사각이에게
고운 메세지를 남겨 나를 울먹이게 한다

이제 네가 어디에 있던
어느 모습이던
안녕을 말해야 하는 시간

딸깍 연줄을 누르기 전
마우스의 짧은 입맞춤에
돌아서는 너

달콤한 전율로 꿈길까지 따라와
살폿이 안아주는 나의 그대여
우리 두 몸을 포개며 한 세상 살아가자

다시 열어줄 때까지 사각이는 깜빡 깜빡
돌아 올 주인을 기다리는 충성으로
사랑의 시를 외우고

나의 이십세기 인생은
너를 안고
철없이 저물어간다

*송화: 소나무의 꽃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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