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얼룩 / 성백군
사는 일이 팍팍한 날이면
나무 밑으로 들어가 봐요
그늘 속에는 밝은 무늬가 있어요
빛의 얼룩이지요
잎과 잎, 가지와 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느라
속이 트였는지 투명하도록 맑아요
포근하게 느껴져요
몸으로 받아들이면 어머니 품처럼 아늑해서
살포시 잠이 와요
잘 산다는 것
생각차럼 쉽지 않아요
돈 버는 일, 권세를 누리는 일, 명예를 얻는 일
욕심부리면 땡볕이 되고 다투면 칼이 되지요
그렇다고 스스로 포기해지던가요?
살다가 힘들면
나무 그늘 속에 누워 하늘을 바라봐요
삶에는
햇빛이 얼룩을 만들 듯
마음이 만들어 놓은 그늘도 있지만
그 그늘 속에는
해가 만들어 놓은 볕뉘*도 있어
마음이 순해져요
*볕뉘 : 1), 작은 틈을 통해 잠시 비치는 햇볕,
2), 그늘진 곳에 미치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
707 - 0912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