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자서전 / 성백군
나무는 말을 하고
잎들은 받아적더니, 이 가을에
자서전이 출판되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빨갛고 노랗고 추억처럼 단풍들었지만
가까이서 그 내용을 읽어 보면
표지같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얼룩도 있고 까만점도 있고
찢어진 곳도 있어
쉬운 삶, 평범한 세월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흠투성이 내 한 생애를 들여다보는 것 같아
더욱 정이 가고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잘 삭은 인고(忍苦)의 냄새가 납니다
잘 팔려서
돈 많이 벌어서, 넉넉한
겨울나무의 양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