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기억하는 첫사랑/강민경
홀로 남겨진, 첫날부터 설렙니다
하루 한날씩 지워질 오늘 뒤의
내일은 스물아홉 밤이나
스물여덟 밤이거나 서른, 아니 서른 한밤중에
흐르는 여유라면, 아직은 할 일이 많아
길고 긴 시간이 생명이라고
할 말이 많아집니다
일월은 이월에
이월은 삼월에
삼월은 사월에
사월은 오월에
오월은 유월에
유월은 칠월에
칠월은 팔월에
팔월은 구월에
구월은 시월에
시월은 동짓달에
십일월은 십이월에
다 내려놓고 안식을 즐깁니다
십이월은 흰 눈을 얼싸안으며 떱니다
기다림의 끝 날은 언제나
삼백육십오 일을 다 채운 뒤라고
제 몸 사위는 줄 모릅니다
십이월의 숙명이 된
첫사랑의 기억
일월 일 일 새벽 벽두 찬란한 희망을 보려고
망설이지 않고 제 몸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