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금잔디/강민경
수직으로 쏟아지는 바닷가
정오의 햇볕을 밟는
내 발걸음
파도를 따라가다 저절로 끌려가다
아랫도리에 짠물 조금 티였다고, 놀라
뭍의 금잔디 위에 엉덩이를 맡기는데,
금잔디, 열 받은 듯, 첫 대면이 날카롭다
소심한 내게 화가 난 걸까
제 몸 사이사이 파먹은 병충해 같은 모래와
바람 타고 와 호시탐탐 뭍을 넘보는 짠물을
숨죽이며 참아낸 세월의 응어리진 인내와
돌돌 말아 꽉 틀어쥔 잎들, 살기 위해
스스로 개발해낸 가시로
징검돌 같은 푸른 방석을 깔아놓고
자화자찬(自畵自讚)한다
불가마 속 같은
땡볕을 참아내는
나보다
네가 더 인내심이 강하다는 내 말 한마디가
그리 큰 감동이었을까
금잔디 뾰족한 성깔 다듬으며 나보고
파도를 끌어다 더위를 식히라고
제 몸 타는 줄도 모르고
나를 바닷속으로 떠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