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공연 / 성백군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산골짜기 숲은
빛의 공연장입니다
빽빽한 나뭇잎은 초록 무대
무대가 뒤집힐 때마다 반짝이는 햇빛은 배우,
하늘에서 내려온 빛의 천사가
흰옷을 입고 사뿐 거리며 까치발로 춤을 춥니다
말 한마디 없는 무언극이지만 메시지는 만발
그래서 더욱 내 마음 자유롭게 백지 위를 뛰어다니며
읽고 쓰고 가사를 적습니다
이제는 곡을 붙여야겠지요
잎사귀 사이로 새어 나오는 물소리 따라
산비탈 내려가다 보면 개울이 있지요
햇살이
흐르는 물속에 꽂혀 너울너울
나비인지, 가재인지, 피라미인지 ---,
몰라도 괜찮습니다
빛의 지문이 돌 틈에서 돌돌 말리며 내는 자연의 소리에
어느새 음표가 붙고
눈도 귀도 저절로 열리는 뮤지컬이 됩니다
한나절 잘 놀다 왔습니다
눈도 씻고, 귀도 씻고, 마음도 씻고
적당히 피곤한 몸 침상에 누웠더니
온몸에 묻어 따라온 숲 속 공연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초록 샘이 되어
볕뉘처럼 아른거리고 이명처럼 달라붙어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감상에 젖게 합니다
아마도 오늘 밤은 시와 만나느라
꼬박 밤을 새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