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을과 겨울의 향기가 나는 시집. 정국희 시인의 노스캐롤라이나의 밤

프로파일 에이빗 2018. 10. 15.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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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중간고사 기간이라서 공부를 해야 하지만, 사실 공부할 내용이 없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고, 운동을 하는데 온 열중을 다 하고 있다.
그러다가 책을 꺼내서 읽었다. 사실 시집은 잘 사지 않는 편이지만,  
별다른 목적도 없이 그냥 시간이 나서 서점에 갔을 때
마음에 드는 책이 없으면 종종 시집을 집어 들고 온다.

스티커 이미지


(꺄르륵 꺄르르르륵 이런 프리한 중간고사 아주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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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캐롤라이나의 밤

저자 정국희

출판 지혜

발매 2013.05.10.

상세보기

정국희 시인은 미주한인이다.
즉, 미국에서 거주하면서 한국어로 시를 쓰신다는 것.
사실 언어라는 것이 자주 사용하거나 접하지 않으면 낯설어지기 마련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이 제대 후에도 다나까가 입에 떨어지지 않고
사회에서 유행하는 유행어에 쉽게 뒤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어는 사용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멀어진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정국희 시인의 시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여러 시들이 좋지만, 가장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소개해주려고 한다.
이제 겨울인지 헷갈릴 정도로 추워진 가을과 참 잘 어울리는 시라고 생각하다.
다른 글들과 달리, 별도의 분석을 덧붙이려고 하지는 않겠다.
그냥 시 한 편을 소개해드리고, 이 책을 보시는 것은 어떠냐는 말로 글을 대신하려고 한다.

늙은 호박


노란색도 아니고 주황색도 아닌
두루뭉실 뭉툭한 색
다 익으면 이토록 편안한 색을 내는 걸까
온화하게 평정을 찾은 몸
톡톡 두드려 본다
맑은 공명음이 들린다

햇볕에 익고 바람 편에 여물면서
제 속을 다 비워내기까지 부대끼며 울었을 몸
해탈의 경지에 든 깊은 방
잘 익은 고요가 깊다

평생 수행자 되어 기도와 간구로 살아낸 생이
어찌 이뿐이랴
세상 어머니들 속 들여다보면 눈물 아닌 것이 없는 것을

속이 다 보타져 납작하게 응어리진 애간장
멈칫멈칫 들어내는 내게
괜찮다 괜찮다
다 내려놓고 가는 게 저승길이라는 듯
환한 가슴 내보이고 있다

호박을 통해 사랑을 표현한 부분이 너무 아름다웠다.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시의 구절 하나하나가 가슴 깊숙이 박힌다.
괜찮다. 괜찮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올가을에는 시집 한 권을 사서 서울숲 같은 숲에서 시 한 편을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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