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2011.06.09 14:15

홍형표 조회 수:325 추천:43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길/정국희

                


불 들어가요!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이승에서의 마지막 말
그나마 엄숙하게 해준 건
눈물 콧물로 올려 논
노자돈이 많아서였다

몸부림치는 식솔들
얄짝없이 밀쳐내고
불 속으로 관을 밀어 넣은 목소리는
한 사람의 칠십 평생을 일순에
한줌의 재로 만들어 건네 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길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임을
깨닫는 순간
목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아부지!



정국희/시인

창조문학 등단
미주한국일보 문예공모 시부문 입상
미주 시문학회 회원
시와 사람들 동인
미주 한국문인협회 이사
시집: "맨살나무 숲에서"



<소감>

큰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화장을 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버지께서 형님이
주먹만 하시다며 그 크신 주먹을 흔드시며 통곡하시고 만약 내가 죽걸랑 나를 화장하면
화장시키는 놈부터 가만두지 않겠다며 분통을 터트리시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몇 년이 안되 아버지가 간경화로 돌아가시고 나는 그때 아버지의 유언 아닌 유언이 생각나
화장을 극구 반대했지만, 너무나 어렸던 나의 의사는 묵살되고
냉정한 누나와 형이란 작자에 의해 결국 아버지는 그토록 원치 않았던 한 줌의 재가 되셔야만 했다.

3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우울한 기억은 나의 죄인 마냥 지워지질 않는다.
물론 돌이켜 보면 화장이 좋은 줄이야 알지만, 아버지의 처절한 마지막 바람을 짓밟은 죄책감 이리라
인생의 길도 짧을진대 죽은 후의 저승길이야 오죽하랴

천년만년 살 것처럼 으스대는 사람들, 눈앞의 눈썹이 몇 개인지 셀 수나 있거들랑 그리 사시던지 말든지,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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