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화상 그리기

2018.06.12 10:41

김삼남 조회 수:81

아름다운 자화상(自畵像) 그리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삼남

 

 

 

 

 

 지구상에는 얼굴과 마음씨가 닮지 않은 70여 억 명의 사람들이 산다. 한 탯줄의 쌍둥이나 삼둥이도 모두 같을 수 없듯이, 인류 창조주는 얼굴색도 흑백황적색 등으로 다르게 만들었고, 모습도 둥글고 넓고 길고 타원형 삼갹형 등 여러 형태로 태어나게 하였다. 마음씨도 행동으로 표출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형태를 알아볼 수 없도록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생활풍습으로 살아가면서 오늘날까지 역사를 이어 온 것이 경이로울 뿐이다.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은 한 시도 홀로 았지 못하고 서로 동반자 관계로 살아가면서 상대방을 평가하고 평가 받으면서 살아간다. 평가의 주된 대상은 상대방의 면상(面像)과 심상(心像, 마음씨)이다. 일상 생활중에서 제일 먼저 평가하는 것은 상대방의 면상에서 풍기는 인품(첫인상)을 보고 거래의 대상으로 선정한다. 마치 치열한 입사면접시험 때 면상에서 풍기는 향기가 합격여부를 좌우하는 이치와 같다.

 

 매년 뽑는 세계미인대회(미스 유니버스)의 첫째 기준이 얼굴 모습인 것처럼, 사람들은 얼굴 가꾸기에 치열한 경쟁을 한다. 사회생활에서 면상 기준이 높아감에 따라 성형욋과가 가장 인기 있는 이유다. 그러나 옛 성인들은 사람의 참 모습은 면상이 아니고 관심 밖의 후상(後像두상)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심상이라 했다.

 

 후상은 관심 밖이고 심상은 형체가 없어 사진이나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어 볼 수조차 없지만 노랫말처럼 “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처럼 마음씨가 고와야 복을 받는다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사진촬영이나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는 심상은 모든 사람들의 평가로 살고 있는 현재뿐 아니라 사후에도 보이지 않지만 영상처럼 두고두고 전해진다. 옳은 일, 선을 베푸는 일, 의로운 일, 자만하지 않는 일 등 세속인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실천한 사람이 진짜로 심상이 고운 미인이다.

 

 타계한 고 구본무 LG회장은 면상도 재벌상이지만, 따뜻한 인간성과 의인성, 소탈했던 서민풍의 인간상이 사후에 널리 알려지면서 추앙받는 심상 소유자로 영원히 기림을 받게 되었다. 남에게 보이려는 면상 가꾸기보다 보이지 않는 심상 가꾸기에 모두 노력할 때 밝고 맑고 훈훈한 세상이 될 것 같다.

 

 조문을 가면 영정사진이나 초상화를 보면서 추모한다. 모습이 젊고 늙고 곱고 밉던 간에 생시의 모습을 떠올리며 흘러간 발자취(심상)를 회상한다. 사진이나 초상화는 기법이 첨단화 되었어도 살아 있을 때의 모습과 같을 수 없어 대안이 없는 한 실물로 인정한다. 사진보다는 유명화가의 초상화가 오히려 정교한 감정이입이 된 듯하다.

 

 르네상스시대에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의 초상화는 불후의 명작이지만 면상을 감상할 뿐 심상은 그릴 수 없어 감상인의 상상 몫이다.

 

 나는 영정사진이 없다. 옛날 사진중에서 선택하려고 한다. 여러장의 사진을 보면서 실물에 근접하고 평소 사람들의 평가와 닮은 면상의 사진을 선택하려고 한다.

 

 원불교의 대경전을 보면 이렇게 설파하였다.

“선한 사람은 자신이 복을 얻으면서 세상일을 하게 되고, 악한 사람은 자신이 죄를 지으면서 세상 일을 하게 되므로 악한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불쌍히 여겨야 하느니라.”

평생 종신직으로 봉사한 업무가 항시 불법 부조리와 대면하는 경찰직이어서 나의 자화상과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 있었지만 화음이 나도록 노력하며 살아왔다. 최상의 기술과 기법이 발달한 사진과 초상화는 면상만을 형상화 할 뿐 후상은 관심 밖이다. 하물며 심상을 어떻게 그릴 수 있으랴! 무형의 형상, 넓고 졻고 따숩고 차고 선하고 악하고 바르고 굽고, 이러한 심상은 행동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표출되고 사후에는 이웃들이 평가하는 자화상으로만 나타날 수 있다.

 

 만인에게 추앙받는 아름다운 심상을 갖기 위해서는 타고 난 천성에 후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릴 수 없는 심상도 선하고 악하고 친절하고 아름다운 심상은 면상과 연관되어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거울과 사진의 면상을 보며 심상을 그려보지만 나의 자화상에 그릴 수 없다. 그래도 진실과 연민, 불의를 배격하는 정의 근면 검소 등은 심상의 일부인 듯싶다. 오늘날 지구상 모든 인류는 면상가꾸기에 열중하지만 의학기술에 의한 일시적 미봉책으로 면상에 가면을 쓴 것일 뿐 본래의 후상 심상은 성형수술로도 고치기가 불가능하다. 불세출 천하미인 양귀비 (당나라 현종비)와 육체파 배우 마르린 먼로는 성형수술의 미녀는 아니었다. 그러나 미인박명이라고 삼십대에 요절하였으니 성형미인보다는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본래의 내 모습으로 아름다운 심상을 가지고 사는 것이 제일인 것 같다.

 

 온 세상 사람들이여!

 면상보다 후상과 보이지 않는 심상 가꾸기에 노력하여 세상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들어 갑시다. 지금도 나는 나의 자화상 중 후상과 심상을 정확히 볼 수 없어 그릴 수도 없으나 나의 심상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평가 받어 두고두고 기리게할 수 있도록 면상보다도 심상 가꾸기에 노력하여 면상 후상 심상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자화상이 되도록 노력하며 살아가고 싶다. 

                                             (201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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