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를 쫓는 아이

2018.07.03 14:39

송병운 조회 수:4

까치를 쫓는 아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송 병 운

 

 

 

 가랑비가 오고 있었다. 베란다를 통해 밖을 내려다보다가 공원을 산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그만 우산을 들고 공원에 들어섰다. 비를 맞은 6월의 나무들은 힘차게 싱그러움을 뽐내고 조그만 꽃잎이나 풀잎들도 생동감이 넘쳐 보였다.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비록 자그마한 공원이지만 아파트 근처라 자주 오는 곳이다. 초등학교와 시립도서관이 연결되어 있어 무척 맘에 드는 분위기이다.

 

 산책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혼자서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모습이 보였다. 돌멩이를 줍더니만 나뭇가지에 던지기도 한다. 그 나무에는 까치가 이리저리 날라 다니며 놀고 있었다. 공원을 두 바퀴 돌고 왔는데도 여전히 그 꼬마는 똑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비록 가랑비지만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까치가 있는 나무를 바라보다가 이내 던질 것을 찾는다. 던져봤자 까치가 있는 곳까지 가지 못하는데도 계속 그러고 있는 것이다. 귀여웠다.

 

 걸음을 멈추고 그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기분이 나쁜 얼굴이고 까치를 노려보며 연신 뭣인가를 던지려 했다. 하교시간이라 우산을 가지고 아이들을 마중 나온 엄마들이 눈에 띄는데 이 녀석은 비를 맞으며 혼자였다. 조금은 쓸쓸한 모습이었다. 어른 같으면 비오는 날에 낭만을 즐기나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런 상황은 아니다. 다른 엄마들은 마중나왔는데 자기 엄마는 그러지 않아서 심통이 난 것일까?

 

 아이에게 다가가서 왜 까치에게 돌을 던지는 거냐고 물어 보았다. 혼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려고 살짝 웃으며 말을 걸었다.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만 짜증이 가득한 말투로 “집에 가는데 저 녀석들이 나를 약 올리잖아요?” 라고 말했다. 까치가 이 아이를 약 올릴 리 없으련만 까치가 시끄럽게 노는 모습이 그렇게 보였나보다. 뭔가 기분이 좋지 않으면 모든 것이 고깝게 보이는 것인데 혹시 이 꼬마에게 그런 상황이 아니었을까? 어깨를 토닥거리며 “놀리는 것이 아니라 너와 놀고 싶어하는 것이구먼. 네가 너무 잘 생기고 멋있어서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거야.

 

 실제로 귀엽고 예쁘장한 모습이었다. 나를 힐끗 쳐다보고 까치가 있는 나무를 바라보더니 총총히 아파트 쪽으로 걸어갔다. 고개를 떨구기도 하고 갸웃거리기도 하며 걸어갔다. 갑작스러운 어른의 참견에 더욱 화가 났을까? 아니면 까치가 약 올리는 것이 아니라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는 말에 혼란이 온 것일까?

 

 아이가 보이지 않으니 공원이 텅 빈 기분이다. 쓴 웃음이 나왔다.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을까? 꼬마 아이에게 거룩한 체 말을 했는데 난 그렇게 살지 못하지 않았던가? 똑 같은 상황을 놓고 긍정적이 아닌 부정적 시각으로 세상을 본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부딪히는 삶속에서 아름다움만을 찾아보자고 다짐해 본다. 세상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니까.

                                                            (2018.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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