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습의 변화

2019.05.23 06:37

홍성조 조회 수:2

풍습의 변화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반 홍성조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발라드풍의 이선희 가수가 불러 히트를 치며 뭇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인 구슬픈 노래가 지금도 내 귓가에 생생하다. 요즘은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풍습에 맞추려면  무척 힘이 든다.  젊은이들로부터 꼰대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여러 가지를 보고 듣고 배워야 한다.

 

   일전에 지인들과 식사를 하려고 A음식점에 예약 하러 간 적이 있다. 전에는 예약 날짜와 시간 그리고 몇 명이라고 하면 되는데, 요즈음엔 예약 풍습이 달라졌다. 우선 입식 테이블이 있는 지를 먼저 알아보고 예약한다. 두 다리를 교차해 앉는 양반다리 자세를 싫어한다, 이 양반다리는 골반이 틀어지고 척추에 무리가 간다. 무릎을 90도 이상 꺾는 양반다리는 뼈가 밀려 회전축이 바뀌고, 연골 판에 힘이 가해지는 악영향이 있어서 기피한다. 그래서 입식 테이블을 원한다.

 

   업주 입장에서 보면, 시설보완을 하자니 돈이 많이 들고, 그렇다고 안하자니 손님이 떨어진다. 요즈음 불경기 속에서 진퇴양난에 빠져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업도 시대 조류에 따라야 한다. 좌식 식탁을 이용하면 전에는 어르신들이 벽에 기대면서 식사를 하기가 편리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무릎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좌식 식탁을 기피하고, 입식 테이블을 선호한다. 입식 테이블이 없으면 방석 두 개를 겹쳐 앉거나, 조그마한 목욕 의자를 이용하기도 한다. 업주 입장에서 보면 한 쪽에는 입식테이블, 다른 쪽에서는 좌식 식탁을 준비해야 한다. 번거롭지만 그래야 손님들이 만족한 식사를 한다.

 

   식사 풍습뿐만 아니라, 현재 획기적으로 바뀐 것은, 결혼식에서 주례사가 없어지고, 회갑연도 없어지며, 전에는 집에만 있는 어르신들이 복지센터에 가서 여러 가지를 배운다는 점이다. 또한 도시가스 검침원이 치안 상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고, 택배원도 치안상 집에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 던져놓고 재빨리 가버리는 풍습이 생겨났다.

 

   허지만 옛적 결혼식에서는 덕망 있는 대학교수나 변호사를 얼마의 수고비를 주고 주례로 섭외했었다. 도시가스 검침원도 남자일 경우에는 가스 누출상황을 의뢰하여 점검을 받기도 한다. 택배원은 초인종을 누르고 수령 싸인을 받으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할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정말 그때는 대인관계가 풍요로웠다.

 

   허나 요즈음엔 많이 변했다. 사람의 정()들이 많이 부족하다고들 한다. 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인간 냄새나는 훈훈한 정()만은 살아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평균수명 연장으로 회갑연을 치르지 않는 대신에, 칠순잔치로 그 정()을 대신한다. 주례사가 없는 결혼식 대신에 양가 부모의 덕담이 생겼다. 또한 문 앞에 던져놓고 재빨리 가는 택배원에게 현관 문고리에 마실 수 있는 생수를 달아 두는 정()들이 생겨났다.

 

  이러한 사회 풍습의 변화에 적응하려면, 오늘도 나는 손에서 신문을 결코 놓을 수가 없다.                                                                  (201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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