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1 02:00
추모관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고향친구가 6월23일 00:40분 충남대병원에서 소천했다는 부음이 문자로 왔다. 다정했던 친구가 세상을 떠나다니, 한동안 멍했다. 나이도 동갑이고 고향에서 초,중,고와 군대까지 평생을 함께한 친구다. 중학교에 다닐 때는 친구 넷이 별명의 첫 영문자로 CGLR크럽을 만들었다. 명대는 맹꽁이, 나는 세파리, 병조는 병마개, 재선이는 재토끼로 이름 첫 자로 별명을 지어 영어단어의 첫 자를 조합했다. 그중 병조가 고인이 됐으니 셋이 남았다. 초등 동창들과 문상을 하고 화장을 하여 무주 추모관에 모셨다.
예전에는 매장문화라 장례절차가 복잡했으나 지금은 장례식장에서 문상하고 삼일이 지나면 영구차로 화장장에 가서 화장하여 유골은 추모관에 보관하는 절차로 바뀌었다. 나는 너무도 허무하여 삼오제를 지나 아내와 친구 집을 방문하여 미망인을 위로하고 친구가 영면한 무주 추모관에 가 보았다.
삶의 끝이 이런 것인가? 마치 목욕탕 신발장 같은 유골함이 너무나 초라했다. 묘라도 있으면 주변 풍광도 보며 자연으로 돌아간 모습을 보련만 납골당인 추모관은 너무 허전하고 쓸쓸했다. 친구의 명복을 빌고 나왔다. "죽음"과 "존재"의 문제를 좀 깊이 생각해 보았다. 죽음 후에는 자신의 모든 것이 사람들에게 잊혀질 것이다. 어떤 사람은 개인 묘지는커녕 납골당조차도 없는 경우도 있다. 개인 묘지가 있다 하더라도 비석이 있는 경우와 비석이 없는 경우도 있다. 비석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생전 활동 기록을 다 새길 수는 없다. '죽음'이니 '추모'니 하는 말 자체가 유쾌하지 않고 듣기 싫은 말이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고 어느 누구든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죽음이란 서서히 다가오기도 하고 충분히 예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갑작스런 죽음도 많다. 그럴 땐 제일 당황스럽고 어려움을 겪는 쪽은 유가족이다. 나는 고향 땅에 있는 종중묘원에 분묘형태가 아니라고 평장(자연장) 형태로 화장 후 유골만 안치하는 곳을 마련했다. 그 후 문제는 내 자식들 몫이다. 진즉 선산은 큰아들에게 명의 이전했다. 아들이 수목장을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납골당은 싫다. 누구의 묘인가 자그마한 와비(이름과 출생, 사망 연도만 새겨진)만 세우면 된다. 와비(가로 30cm, 세로 40cm)라서 자신의 생전 활동 기록은 전혀 할 수가 없다. 생전에 자전적 수필집을 발간하여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남기고 떠나고 싶다. 오늘은 매우 쓸쓸한 하루다. 벌써 삶과 죽음의 경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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