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수필]약육강식
김재희 새 소리가 조금 달리 들렸다. 자세히 보니 두 마리가 교대로 어느 장소를 왔다 갔다 하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내 승용차 부근이라서 시동을 걸고 뒷 트렁크를 열고 닫고 해도 내 행동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 자리를 뜨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며 짖어댄다.
아무래도 이상하여 계단으로 올라가 그 부근을 살펴보았다. 내 인기척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그 순간 두 마리의 새가 동시에 그 고양이를 공격했다. 나뭇가지 속에 있을 땐 어쩌지 못하고 있다가 고양이가 넓은 공간으로 나오자 위에서 내리꽂으며 공격을 하는 것 같았다. 그 공격에 고양이가 쏜살같이 도망을 간다. 아마도 고양이가 새의 둥지를 노리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상황이 종료된 것 같아 뒤돌아 나오는데 다른 승용차 밑에 숨어있던 검은 고양이가 나를 쏘아본다. 그 눈빛이 써늘해서 오싹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속으로 방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궁금해서 보았을 뿐이라고, 너희들 세계의 감정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노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어느 다큐에서 보았던 일이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약육강식의 법칙에 의해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일에 대해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약자를 도와준다고 강자의 섭취를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을 어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다만 짐승들은 배가 고플 때만 사냥을 한다고 한다. 아무리 넘쳐나도 넘보지 않는단다.
그에 비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저 생명 보존을 위한 한도 내에서의 일로 끝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그 선을 넘는 것이 문제다. 숲을 불태우고 강을 막고 바다를 메운다. 그렇게 해서 얻은 이익이 과연 얼마인가. 한 가지를 얻으면 반듯이 잃는 것이 있다는 것도 자연의 법칙일진대 얻는 것만 생각하고 잃는 것엔 관심이 없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요즘 들어 인간이 자연에 먹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제아무리 기고 나는 인간이건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소소한 바이러스에 굴복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치료할 백신을 만들어 내기도 전에 그 바이러스들은 끝없이 새로운 종으로 변하여 우리 인간의 몸에 침투할 것이라는 예견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인간이 ‘약’이 되고 자연이 ‘강’이 되는 찰나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미미한, 그러면서도 전 세계의 인구를 휩쓸면서 뒤엎고 있는 저 바이러스들. 무서운 핵이나 전쟁 무기 같은 것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온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음을 알게 해 주고 있다. 어쩌면,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고 겁 없이 날뛰는 우리 인간의 오만을 질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기가 힘들 것 같다. 어쩌면 이대로 도태되어 버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뒤바꿈 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까지 든다. 그렇게 되면 먼 훗날 우리 인간은 이 세상에서 잠깐 존재했다가 사리지고 마는 생물의 한 종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거대한 공룡들처럼….
깊이 새겨볼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이 지구를 살리고 인간이 ‘강’자가 되어 영원히 ‘만물의 영장’으로 지속될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아니, 인류의 일원으로 포함되어 있는 나 자신부터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