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사는 세상

2020.07.05 17:51

박제철 조회 수:17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사는 세상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박제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해방되던 해인 1945년 10월 17일 정부수립을 놓고 정파 간에 싸움이 벌어질 때 이승만의 귀국 환영 대회 때 이승만이 한 말이며, 자유대한민국 수립을 위해 국민적 단합을 호소하고자 한 말이다. 그 뒤로도 6.25전쟁이 발발하자 라디오 방송을 통하여 국민의 단결을 호소했고, 특히 1950년 10월 7일 평양탈환환영시민대회에서 남북통일을 위한 대국민 단결을 호소한 말로 유명하다.

 

 박정희 대통령은 역사에 유례가 없을 만큼 온 국민을 새마을 깃발아래 하나로 똘똘 뭉치게 했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 초 피폐한 대한민국의 농촌을 현대화하고 소득증대로 잘 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하여 정부 주도로 시행된 운동이다. 이 운동은 공동체의식과 자발적 참여의식을 강조했으며, 이 운동은 우리를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했고, 세계 70여개 국에 수출하기도 했으며, 2013년에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 때의 금 모으기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희생정신으로 뭉쳐 제2의 국채보상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7IMF당시 우리나라는 304억 달라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었다. 이 부채를 갚기 위하여 351만 명이 참여하여 227톤의 금이 모였으며 돈으로 환산하면 213천만 달라 였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불행한 일이지만 국민의 하나된 힘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기도 했다.

 

 정치적인 이념 등의 뭉침만 있는 것도 아니다. 농본사회에서는 농업과 어업이 주된 산업이었으며 전통적인 씨족사회였다. 한마을 전체가 형제자매 친인척이었으며 어쩌다 성씨가 다른 사람이 들어와 살면 그 사람들을 일러 타성(他姓)바지라 하기도 했다. 고기를 잡거나 농사짓는 일은 혼자 하기가 힘들다. 모심기를 하거나 가을추수 때는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품앗이를 했으며 상()을 당하거나 경사가 있을 때면 온 동네사람들이 합심하여 상을 치르고 경사의기쁨도 같이 나누었다.

 

 산업사회에서는 대규모의 뭉침이 필요했다. 대형공장을 짓고 수십, 수백 또는 수천 명이 공장안에서 일사분란하게 공산품을 만들어냈다. 노동력을 많이 필요한 사회가 산업사회다. 물동이 호미자루 내던지고 서울로 도망갔다는 노랫말은 산업사회를 대변해준다.

 

 정보화사회(情報化社會)는 어떤가? 정보화사회는 소위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라 할 수 있다. 산업사회에선 전문가들에게만 제공되어 그들만 독점하던 정보가 이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만 열면 누구나 얼마든지 얻을 수 있어 개인주의 시대를 얼어놓았다. 공동체가 필요 없이 혼자서도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정보화사회다.

 

 지금오고 있는 시대는 인공지능시대라고 한다. 인간이 하던 일은 인공지능을 가진 로버트에 맡기고,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놀고먹어야 한다.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어야 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하다.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내어주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먹고 살길이 없기 때문에 내놓은 궁여지책이다. 놀고먹는 것이 좋은 세상인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다.

 

 이런 시대적 상황은 사람의 정신마저도 이기적이고 타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농본사회 때는 가정도 대가족제도였다. 3대가 한 집안에서 사는 것은 흔한 일이고, 4대가 한 집안에서 살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산업사회를 거처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핵가족시대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자라 혼자서 생활하는 혼족, 혼밥, 혼술이라는 신조어가 귀에 익숙한 시대며, 나홀로족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600만 세대로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정보화시대와 더불어 생각지도 않은 코로나19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대의 우리의 삶은 어떨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이젠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사는 세상이 되었다. 직장인은 흩어져 각자 집에서 근무하고, 예전 같은 모임이나 단체생활은 할 수 없고, 개인끼리도 사회적 거리두기라 하여 1미터 이상 떨어져야 한다. 마스크를 써야하니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반가움의 표시인 악수대신 국적도 없는 주먹치기, 발치기, 팔꿈치치기로 대신하는 세상이다. 정부에서도 연일 크고 작은 모임은 자제하라며 흩어져야만 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인간 사회를 다시는 뭉치지 못하도록 코로나19가 굳히기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이젠 살기위해서 흩어져야한다. 개인주의가 좋은 것 같으나 코로나 시대 속에 살다 보니 뭉쳐야 산다는 말이 그립다. 언제나 예전처럼 뭉쳐서 살지 요원한 느낌마저 든다. 앞으로 또 한 세기가 지나면 그땐 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돌고 도는 것이 세상이고  변하고 또 변하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던가?

                                                                           (202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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