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공화국

2020.07.04 12:37

전용창 조회 수:20

검찰공화국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대통령 김 대 중”

 

 2000년도 1228일 전주지방검찰청 검사장 표창을 받기 위해 검찰청 강당으로 갔다. 그곳 강당 벽면에 세로로 대문짝만한 글씨가 보였다. 검찰에 대한 대통령의 주문이었다. 나는 3억 상당에 달하는 국가소송을 담당하는 수행자로서 국가 예산을 절감한 공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누구나 상을 좋아하는데 검사장 상은 싫었다. 같은 공무원인데도 그동안 검찰청을 드나들며 상한 마음이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나는 상을 안 받아도 좋으니 다른 사람을 주라고 했다. 검찰청 담당자가 사정했다. 나중에 잘못이 있어도 상벌 규정으로 상쇄된다며 받아두면 좋다고 했다. 그의 부탁에 마지못해 가서 상을 받았다. 대체 검찰이 얼마나 기울어져 있기에 똑바로 서라고 했을까? 그것도 전체 검사들이 볼 수 있는 강당에 말이다. 대통령의 당부에도 검찰은 바로 서지 않았고 무소불위였다.

 

“이쯤 가면 막 가자는 거지요?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하여 얼마되지 않아 ‘검사와의 대화’에서 나온 발언이다. K 검사가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왜 검찰에 전화를 하셨습니까?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이렇게 되면 양보 없는 토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추진하면서 젊은 평검사들의 지지를 받을 것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이 자리에서 평검사들은 조직논리에 충실했다. 지금도 생방송 TV에 비친 그날의 장면이 눈에 선하다. 어떻게 평검사가 대통령을 죄인 다루듯 다그친단 말인가? 대통령에게도 저렇게 나오는데 하물며 서민에게는 어쩌겠는가? 그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재판도 받아보지 않고 삶을 포기했다. 그들은 얼마나 아픈 상처를 주었기에 뼈저린 유서를 남기고 죽음을 택했을까?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중략)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걸리면 죽는다.'며 정치 9단이라는 P 의원은 청와대에서 Y 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추천하려 하자 반대하는 건의를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 민정수석은 강직한 그만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직급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며 ‘환상의 꿈’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그 뒤 상황은 어떠하였던가? 총장을 천거한 C는 개혁의 거센 저항을 받았고, 얼마지 않아 장관에서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 가족 또한 만신창이가 되었다. 죄를 지면 처벌받는 게 마땅하나 죗값만큼만 처벌을 받아야지 과하면 안 된다.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있는 티눈만 탓해서도 안 된다. 한 사람의 가정을 그것도 자신을 꽃가마 태워준 사람을 그토록 오랜 시간 정죄했음에도 자기 가족의 범죄에는 압수수색도 하지 않고 관용을 베푸니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다.

 

 물론 검찰이 적폐청산을 하는데 앞장서서 나라를 바로 세운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국가의 안위도 생각해야 한다. 검찰의 상징은 천칭(天秤)이다. 천칭 저울은 같은 무게의 저울추를 반대 방향에 올려놓고 무게를 단다. 좌우의 무게가 같아야 저울대가 수평이 된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잣대로 재야 한다. 또한 심벌마크는 세로로 서 있는 대나무 다섯 개다. 대나무는 올곧음을 상징한다. 좌측에 두 개, 중앙에 한 개, 우측에 두 개가 있다. 중앙에 위치한 대나무가 조금 높고 좌우가 오목하다. 이 또한 오목한 부분은 천칭의 접시 모양이다. 5개의 대나무는 좌측으로부터 공정·진실·정의·인권·청렴을 표명한다고 한다. 중앙에 칼의 형상인 정의가 있고, 좌측에 공정과 진실이, 우측에 인권과 청렴이 위치한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 마크인가? 그런데 혹자는 그런 의미 있는 마크를 뒤집어 보면 ‘삽()’이라고 표현한다. 걸리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파본다는 것이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임기도 어느덧 절반이 지나고 이제 2년 남았다. 민주공화국을 뿌리내리기 위하여 남북한 종전선언과 ‘고위공직자수사처’를 신설하여 검찰개혁을 조기에 완성하려 했다. 그러나 아직은 절반의 성공일 뿐이다. 그동안 국론은 기득권층과 진보층으로 나뉘어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양분되었다. 서로가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그 사이 코로나 19가 덮쳐버렸다. 코로나 사태 예방을 위하여 노심초사로 입술이 부르튼 대통령의 모습을 보니 너무도 안쓰러웠다. 부모님께서 흥남 철수 때, 미군 함정을 타고 피난 내려온 월남 가족이다. 아직도 많은 친척들이 북한 땅에 살고 있다. 그런 연유로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고 싶은 게 대통령의 꿈이자 소원일 것이다. 대통령이 임기 내내 건강하시기를 빈다. 이제 검찰도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올바르게 법 집행을 한다면 ‘공수처’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동안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의 생명과 청춘은 무엇으로도 보답한단 말인가? 부디 조국의 미래를 위하여 이제는 검찰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민주공화국의 주역으로 칭찬받기를 바란다.

                                                                         (2020.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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