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그 에피고넨을 넘어서

2020.07.06 14:21

박동수 조회 수:10

  수필,

                에피고넨을 넘어서*

 

 

                                      수필가 · 전주대 명예교수  박동수

 

 

 

 

 

         창작은 모방 자체는 아니다.

 

 

      수필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문학이라 누구나 쉽게 있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수필을 쓴다. 수필은 경험에서 우러나는 문학이라는 인식에

 

    나이든 분들도 많이 수필을 쓴다. 그리고 다양한 등단절차를 통해서

 

    단에 나오는 수필가들도 많다.

 

      이렇게 수필 쓰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발표하는 작품들도 많고, 서로

 

    용이 겹치고 부딪히기도 한다. 창작은 모방에서 출발한다고는 하나 모방

 

    체는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을 모방하는 에피고넨(Epigonen), 아류(亞流)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미 물질적으로 충족되어 있고 문화적으로도 나올

 

    나와 버렸으니 그것을 고쳐 만들거나 반복하고 있다.1)

 

      그래서는 된다. 어떻게 하면 모방의 늪에 빠지지 않으면서 창조적

 

    필을 것인가를 깊게 고민해야 한다.

 

 

 

 

         수필은 가는 대로 쓰는 글이 아니다.

 

 

      수필은 무형식성 때문에 흔히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고들 한다.

 

    수필은 무언가 쉽게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만든다.

 

      우리는 수필은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쓰는 사람은 글을 쓰기 전까지 많은 생각을 한다. 떠오르는 생각을

 

    모하고 이것저것 골똘하게 생각한다. 체험한 것도, 읽은 것도 생각 속에

 

    어두고 숙성시키다가 그것들이 분출되면 글로 옮긴다. 그렇게 수시로 생각

 

    쌓아서 그것들을 정리하고 숙성시켜 글로 옮기는 , 그것이 수필이다.

 

      그냥 가는 대로 쓰는 글이 수필일 수는 없다. 형식이 자유롭다고 해서

 

    아무 내용도 의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글을 결코 수필이라 수는

 

    없다.

 

      쓰는 사람들의 고민은 글을 쓰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다. 쓰는 이의

 

 

 

 

*이 글은 월간문학 20199월호 기획특집 ‘수필문학의 창조성 확대 방안’에 게재된 글입니다.

1) 강상중(송태욱 옮김), 『도쿄의 산책』, 사계절, 2016,138-139.

 

 

 

                                                  -1-

 

 

    생활은 쓰는 일에 송두리째 지배된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을

 

    자는 순간까지, 꿈속에서조차 써야 글에 대해 생각한다.2)

 

      우리는 창조적인 수필을 쓰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무엇에

 

    것인가, 어떤 것을 담아낼 것인가,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어떻게

 

    임새 있는 글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박수밀3) 『연암 박지원의 짓는 법』에서 박지원의 글쓰기 과정은

 

    탐구심으로 관찰하기, 자연 사물과 교감하기, 자료 모으기, 제목에 따라

 

    상하기, 협력적인 글쓰기, 수정하기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이런

 

    글쓰기 과정은 필요하다. 치열하게 이런 과정을 밟아서 수필을 써야 한다.

 

 

        자기의 시각과 내용, 그리고 표현

 

 

      다산 정약용은 변례창신(變例創新), 기존에 있던 것을 참고하여 새것을

 

    들어 내야 한다고 한다. 모든 것은 옛것의 기초 위에서 이루어진다. 훌륭한

 

    전례를 본받으라. 하지만 그대로는 된다. 것에서 배울 것은 생각하는

 

    방법뿐이다. 나만의 색깔로 나만의 목소리를 있어야 한다.4)

 

      나만의 시각을 가지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열린 마음

 

    으로 모든 것을 바라볼 알아야 한다.5)

 

      헬렌 켈러는 수필 「사흘만 있다면(Three days to see)」에서 만약

 

    대학총장이 있다면 ‘당신의 눈을 쓰는 (How to use your eyes)

    필수과목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눈을 어떻게 사용할까는 중요하다.

 

      창조적인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눈을 사용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 감성의 눈을 뜨기, 관찰

 

    눈을 떠야 한다.6)

 

      쓰는 사람은 글의 소재와 문장을 모으는 사람이다. 글감은 관찰의

 

    물이다.7)

 

      우리는 자기의 눈으로 찾아낸 글감을 가지고 글의 내용을 남다르게 담아

 

    내야 한다. 항상 새로운 것을 담아내야 한다. 독창적인 내용, 감동을 주면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는 주제

 

    대해서 써야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 마르티나 콜은 ‘자기가 아는 것에

 

    대해 쓰고, 모르는 것은 알아내라.’고 한다.8)

 

 

 

 

2) Annie Dillard,The Writing Life, 이미선 옮김, 『창조적 글쓰기』, 공존. 2008.163.

 

3) 박수밀,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돌베개, 2013.6. 협력적 글쓰기는 공동체와 대화, 독자와의

 

   대화 속에서 글을 쓰는 것을 의미한다.

 

4) 정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김영사, 2008.149.91.

 

5) 한양대학교 국어교육위원회 편,『창조적 사고와 글쓰기』, 한양대학교 출판부, 2004,4-10.

 

6)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1931년에 발표된 헬렌 켈러의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 면」을 20세기 최고

 

   수필로 선정했다.-강신장 외, 『감성의 끝에 서라』, 21세기 북스, 2017.8.21.-22.

 

7) 이기주,『글의 품격』, 황소 미디어그룹, 2019.64.51.

 

8) Adele Ramet,Creative Writing Strategy,김정희 옮김,『예비 작가를 위한 창의적 글쓰기 전략』,베이직 북스,2009.26.

 

 

 

                                                  -2-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쓰면서 아는 체하며 남을 가르치려는 듯이

 

    써서는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쓰되 속에 생명을 불어넣고 삶이나 우정이나

 

    인간관계나 성이나 등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을 섞어 넣어

 

    독특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9).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표현이다.

 

    표현기술의 연마 없이 개성적인 문체는 탄생되지 않는다. 문장은 간결해야

 

    한다. 문단의장(文短意長), 글은 짧고 뜻은 길어야 함축이 있고 여운이 있다.

 

      글이 짧으면 청신하고, 뜻이 길면 유연하다. 자라도 써도 효과가

 

    으면 쓰는 글이다. 여백이 있는 글을 써야 한다. 문장은 쉬워야 한다.

 

    글은 정밀해야 한다. 치밀하고 뚜렷한 표현이 요구된다. 그리고 솔직해야

 

    한다. 거짓이 없어야 한다.10)

 

      낱말을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평이하고 소통하기

 

    표현을 해야 한다.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고 수동태는 피해야 한다11)

 

      이기주는 퇴고할 어머니에게 글을 읽어 보도록 하고 이해가 어려운

 

    분을 표시해 주면 부분을 여러 읽어가며 쉽고 명확한 문장으로 다듬

 

    는다고 한다. 입에 착착 붙는 느낌이 때까지 표현을 고치고 고쳐서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가 쉽게 읽을 있게 한다고 한다. 엘윈 브룩스 화이

 

    트는 ‘위대한 글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위대한 고쳐쓰기만 있을

 

    이다’고 한다 12). 그만큼 계속 고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기 스타일의 표현을 해내야 한다.

 

      창조적 글쓰기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독창적인 문학작품 또는 글을 쓰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점검 목록을 마련해서 하나씩

 

    점검하면서 실행해 나가야 한다.13)

 

     ⃝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가?

 

     ⃝ 매일 쓰는 시간을 무시하고 넘어가지는 않는가?

 

     ⃝ 아이디어 수첩을 계속 활용하는가?

 

     ⃝ 훌륭한 사전과 백과사전을 구비해 놓고 참고자료로 활용하는가?

 

     ⃝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글을 쓰고자 하는 당신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각해 보았는가?

 

     ⃝ 아는 것에 대해 쓰고 있는가?

 

      이렇게 창조적인 글쓰기를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9) Stephen.King,On writing, 김진준 옮김, 『유혹하는 글쓰기』, 김영사, 2001.196.

 

10) 운오영, 『수필문학 입문』, 태학사,2001. 5.100-102.

 

11) Stephen King(김진준 옮김),앞의 책, 141-142.

 

12) 이기주,앞의 책,90.237.

 

13) Adele Ramet,(김정희 옮김),앞의 책, 5.34.

 

 

 

                                                  -3-

 

 

          짧고 의미 있는 수필

 

 

      현대인들은 바쁘다. 지독히 책을 읽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다가가

 

    위해서는 짧은 글이 필요하다. 글은 쉽고 짧게 써야 한다. 짧게

 

    내용을 어렵고 복잡하게 표현하여 글을 늘어뜨리면 의미를 파악할

 

    .14)

 

      평범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감정을 소소하게 담아내는 15),그런

 

    글이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친근감을 있다. 조선의 명문장가

 

    박지원, 정약용 등도 형식적으로는 짧은 길이의 글에 개별적이고 작은

 

    , 현실세계의 구체적 진실을 생생한 언어로 표현한 소품문(小品文) 많이

 

    썼다.16)

 

      일정한 형식이 없이,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낀 것을 간단히 짤막한

 

    17) 우리가 사는 요즘 세상에서는 오히려 각광 받을 있다.

 

      독자들은 우리들의 수필에 관심이 없다. 심지어 수필가들도 다른 사람

 

    들의 수필을 읽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는 짧게 쓰는 , 군더더기 없고

 

    압축미가 있는 , 그런 글이 훨씬 감동을 있다.

 

      삶의 교훈 등을 간결하게 표현한 . 대개 문장이 단정적이고 내용이

 

    험적이며 표현은 개성적이고 독창적18) 아포리즘(aphorism)수필도 수필

 

    창조성을 확대하는 하나의 길이 있다.

 

      마루야마 겐지는 ‘영상으로는 절대 포착할 없는 인간의 내면을 영상

 

    보다 선명한 언어로 표현할 있어야 한다.19) 한다. 이기주는 ‘마음

 

    깊숙이 꽂힌 언어는 지지 않는 꽃’이라고 한다.20) 우리는 선명한 언어로

 

    작품을 쓰고 독자의 가슴에 지지 않는 꽃으로 남는 수필을 쓰도록 해야

 

    .

 

      스티븐 킹은 ‘형편없는 작가가 제법 괜찮은 작가로 변하기란 어렵고

 

    훌륭한 작가, 위대한 작가로 탈바꿈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스스로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시의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그저

 

    찮은 정도였던 작가도 훌륭한 작가로 거듭날 있다.21) 한다.

 

      우리는 자기의 시각과 내용, 그리고 표현을 갈고닦아서 짧고 의미 있는

 

    수필을 써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에피고넨을 넘어서 수필의 창조성을 확대하

 

    길이다.

 

 

 

 

14) 배상복,『문장기술』,MBC C & J,2016.22.

 

15) 이기주. 앞의 책,191.

 

16) 안대회, 『문장의 품격』, 휴머니스트,2016.6.

 

17) Daum 어학사전.

 

18) Daum 백과사전.

 

19) 마루야마 겐지(김난주 옮김),『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바다출판사, 2019.68-69.

 

20) 이기주, 『언어의 온도』, 말 글터, 2017.6.

 

21) Stephen King, PP.172-17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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