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 미국 -

2006.01.09 11:03

강성재 조회 수:34 추천:1

회색빛 빌딩들이 짓누르는
다운타운의 뒷 골목은
낮이어도 밤이다
깨어있는 밤의 고통을 아는 그들은
빵대신 술을 마시며
주린 창자속을 채우고
누군가는 코케인의 마력을 찾아
깊은 숨을 들이 마시며
누군가는 환상의 여행을 위해
찌든 주사바늘을
그들의 심장에 깊이 꼽을 것이다
영하의 추운 날씨를
온 몸으로 견디며
배고픈 창자속에
다시 쏟아 붇는 술,
몽롱한 환각의 세계에서
서로 서로 몸으로 부데끼며
그들만의 행복을 나눌 것이다
열락에 들뜬 여인들의
풍만한 젖가슴을 눈으로 만지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차디찬 빌딩의 숲속에
함몰되어 갈것이다
엉망으로 망가져 버린 몸뚱이는
영혼에게 아픔을 전하지만
이미 실신 해 버린 영혼은
대답대신 깊은 잠의 세계로 빠져 들겠지
이불대신 덮은 신문지 자락을
삭풍이 앗아가 버려도
그들은 요행히 죽지 않고 살아남은
창백한 아침을 맞을 것이다
그들의 어깨위에
별대신 쏟아져 내린
하얀 서릿발을 추스리기도 전에
어젯밤 얼어 죽은
어느 동료의 소식을 전해 들으며
시커먼 빌딩의 추녀밑에
웅크리고 있는 아픔을 잠시 느끼겠지만
그들의 아침은 여전히 창백 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그들의 시계는
다시 어둔밤
우중충한 뒷골목을
서성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