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2006.06.21 04:42

유봉희 조회 수:48


유봉희 - [재회]




















재회
유 봉 희






석양에 타오르던 돌탑들도 이제 깊은 숨 쉽니다

부라이스 캐니언* 야외 극장 돌기둥 사이를 걷다보면

어스름 속 돌기둥들은 옛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잊혀졌던 그들이 여기에 와있습니다

오랜 세월 강물에 씻기고 바람에 날려

그대 보듬던 손 떨어지고

그대 눈 맞추던 눈동자 희미하지만

아직도 한 자리에 서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나이 많은 바람도 이곳에 돌아왔습니다



그대여, 아직도 출렁이며 그대 옷 적시는

그리움 있다면 이곳으로 오십시오

강물에 씻기고 바람에 날려간 모습들

그래도 불켜지기를 기다리며

등으로 서 있는 그들에게

석양에 돌기둥 타오르기를 멈추고

깊은 숨 쉴 때, 이곳에 와서

그 등에 불켜는 당신을 만나보십시오.






*미국 유타주. 천만년 전 바다밑 지층이 융기되고

 강물과 빗물의 침식작용에 의해 여러 모양과 색채의 첨탑이 됨.












유봉희 제 2 詩集 몇 만년의 걸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19 유봉희 2006.06.21 12
2218 물 방울의 노래 유봉희 2006.06.21 15
2217 나이테의 소리가 들리나요 유봉희 2006.06.21 20
2216 그 속에도 꿈이 유봉희 2006.06.21 13
2215 천상의 노래 유봉희 2006.06.21 19
2214 몇 만년 전의 답신 유봉희 2006.06.21 19
2213 고양이에게 젖먹이는 여자 이월란 2009.09.04 4
2212 초록 만발 유봉희 2006.06.21 22
2211 작은 소리로 유봉희 2006.06.21 13
2210 죽음의 계곡에서 달떠오르다 유봉희 2006.06.21 12
2209 애쉬비 스트리트 유봉희 2006.06.21 13
2208 겨울 잠 유봉희 2006.06.21 17
2207 콜럼비아 빙하에서 유봉희 2006.06.21 21
2206 설거지를 하며 차신재 2015.01.09 51
2205 다시, 밤바다 유봉희 2006.06.21 38
2204 돌 속에 내리는 눈 | 石の中に降る雪 유봉희 2006.06.21 111
2203 <한국일보 신년시> 다시 건너는 다리 위에서 석정희 2015.01.02 86
2202 관계 유봉희 2006.06.21 23
» 재회 유봉희 2006.06.21 48
2200 몸 속 비밀을 읽다 정국희 2015.01.02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