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의 소리가 들리나요

2006.06.21 06:07

유봉희 조회 수:20 추천:1


유봉희 - [나이테의 소리가 들리나요]















나이테의 소리가 들리나요
유 봉 희






시계 소리만 커지는 아침 열시

누군가 자꾸 벽을 두드리는 소리

그 울림 집안을 채운다

나가보니 머리에 빨간 모자를 쓴 딱따구리가

콘크리트 벽을 쪼으고 있다

많은 나무 놓아주고 하필이면 벽을?

부리 아프게 두드려 보아도 벌레 한 마리 없는

집 한 칸 세들 수 없는 벽을.



눈 먼 새인가?

시각이 멀면 청각이 밝아진다지

벽 속에 숨겨진 나무 소리를 듣나 보다

잠자고 있는 집안의 가구들을 깨워

그들이 먼 기억으로부터 일어나는

소리를 듣나 보다



저것 보세요!

책상 나무 무늬가 파도처럼 출렁인다

마루 바닥이 물씬 송진내를 토해낸다

창틀에서 푸른 가지가 피어난다

어떤 나뭇가지는 벌써 하늘을 가릴 만큼 커져 간다



빨간 모자 쓴 딱따구리가 휙 날아간다

나무 창틀이 솟아올린 숲으로.











유봉희 제 1 詩集 소금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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