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발바닥은 왜 검은가 -박현솔
2011.09.13 04:30

강가에 어스름이 밀려올 무렵 사람들이 흘려보낸 물소리가 안개가 되어 흐르네 그 안개 속, 도시의 잊혀진 이야기가 물비늘로 밀려와 강기슭에 쌓여가네 검은 근육질의 강 속에 토사물이 함께 흐르고 낡은 슬리퍼 한 짝을 삼켰다가 뱉으며 도시의 검은 부유물들을 울컥울컥 토해놓는 강물과 그것들을 가만히 감싸 안는 안개가 물의 유목을 몰고 강의 하류 쪽으로 흘러가네 긴 도시의 강을 업고 온 안개의 발바닥이 너덜거리고 미세한 혈관들이 터져 얽혀 있던 길들이 쏟아지네 안개의 발밑 평온해 보이는 강물 속에 먼 곳에서 흘러든 부음들이 하나 둘 젖은 몸을 뒤척이고 사람들의 검은 울음이 불씨를 숨긴 채 꺼져가네 나는 안개에 떠밀려온 깊은 물소리를 듣고 있네 오래 전 강가를 떠돌던 사람들에게 물소리 외피를 벗겨 물결의 안부를 띄우네 누군가 던져 넣은 슬픔 속으로 안개의 발이 빠지는 것을 보았네 안개의 검은 발바닥을 보았네 제주 출생 본명 박미경 동국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1999년 [한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2001년 [현대시] 신인상 수상 2005년 한국문예진흥기금 수혜 시집 <달의 영토>를 문학사상사에서 발간 현재 아주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중이며, 오산대학 강사로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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