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건물 틈새로 -유현서
2011.10.03 03:23

바닥도 벽이다 밑바닥을 받쳐주던 기둥이 허공에 뜬 벽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지붕을 받쳐주던 벽도 내려앉았다 정면과 맞대응하거나 가자미처럼 외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 벽도 원래는 바닥이었다 시커먼 밑바닥에서 몇 십층 빌딩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내던 등 굽은 어머니처럼 무너진 건물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어린 질경이에게 수유하는 햇살 한줌 바닥을 박차고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서로의 벽을 허물 일만 남았다 귀엣말이라도 건네는 듯 바닥까지 허리를 굽힌 채 어르고 있다 본명 유영숙 1964년 강원도 원주 출생 2006년 제16회 재능전국시낭송대회 은상 수상(시낭송가 인증) 2009년 제1회『여성조선』시문학상 우수상 수상 2010년 계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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