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거울 -김형술
2011.11.13 03:14

허물어져가는 빈 집 들창 곁 흙벽 위에 귀퉁이 깨어진 거울 하나 걸려있다 붉게 녹슬어가는 거울 속 기우뚱거리는 미류나무 지워지는 뭉게구름 일어서고 넘어지는 지평선...쪽으로 한걸음 가까이 다가서다 어깨를 누르는 누군가의 흰 손 와락 달려나오는 날카로운 빛 어지러워 얼굴을 찡그린 채 실눈을 뜨면 등 뒤를 달려가는 시간의 속도 한 생애가 놓친 찰나들 선명하게 만날 듯 하고 만난 듯 하다 두 팔을 벌려 시들어 내리는 여름꽃들 껴안고 빈집 가득 웅성거리는 어둠을 껴안으면 땀 젖은 손금 속 숨은 웃음소리 짧은 그림자를 찢고 일어서 귀를 파고드는 한낮의 정적 기꺼이 문 밖으로 걸어나와 바람벽에 걸린 채 흔들리기를 멈추지 않는 거울 속엔 수직으로 추락하는 새떼들 쫓아 늘 세상으로 달려나오는 흰 햇빛 줄기들 199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의자와 이야기하는 남자』, 『나비의 침대』 『물고기가 온다』 『월요시』,『시.바.다-금요일의 시인들』회원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4 |
장미수 만드는 집 -유미애
![]() | 한길수 | 2011.11.13 | 662 |
83 |
달의 통로 -박지웅
![]() | 한길수 | 2011.11.13 | 708 |
» |
춤추는 거울 -김형술
![]() | 한길수 | 2011.11.13 | 406 |
81 |
서쪽으로 다섯 걸음 -전동균
![]() | 한길수 | 2011.11.13 | 447 |
80 |
우체국 가는 길 -전다형
![]() | 한길수 | 2011.10.13 | 524 |
79 |
유리세공사 -권지현
![]() | 한길수 | 2011.10.13 | 661 |
78 |
뼈로 우는 쇠 -조유리
![]() | 한길수 | 2011.10.13 | 815 |
77 |
화랑게에 대한 반가사유 -김경윤
![]() | 한길수 | 2011.10.13 | 583 |
76 |
무너진 건물 틈새로 -유현서
![]() | 한길수 | 2011.10.03 | 517 |
75 |
귀가 -강윤미
![]() | 한길수 | 2011.10.03 | 449 |
74 |
실종 -한용국
![]() | 한길수 | 2011.10.03 | 789 |
73 |
손금으로 흐르는 江 -박후기
![]() | 한길수 | 2011.10.03 | 494 |
72 | 사막을 건너는 낙타표 성냥 -최치언 | 한길수 | 2011.09.23 | 418 |
71 |
붉은 방을 꿈꾸는 밤 -이근일
![]() | 한길수 | 2011.09.23 | 555 |
70 |
기록에 없는 계절 -이일림
![]() | 한길수 | 2011.09.23 | 482 |
69 |
살바도르의 시계 -서영처
![]() | 한길수 | 2011.09.23 | 431 |
68 |
추석 -이병초
![]() | 한길수 | 2011.09.13 | 491 |
67 |
눈물 머금은 신이 우리를 바라보신다 -이진명
![]() | 한길수 | 2011.09.13 | 517 |
66 |
클레이 사격장에서 쏜 것은 -윤성학
![]() | 한길수 | 2011.09.13 | 440 |
65 |
안개의 발바닥은 왜 검은가 -박현솔
![]() | 한길수 | 2011.09.13 | 4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