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 나 찾아

2012.11.15 00:51

정어빙 조회 수:333 추천:28

옛 사람 나 찾아

                  정어빙

입을 떼면 말도 되고 웃음도 나온다. 이제는,
눈물도 곧잘 흐르고 발을 떼면 절룩절룩 걸음도 된다. 이제는,
바나나 한 덩어리쯤 거뜬히 들어올리고
플라스틱 파이프를 목구멍에 꽂은 채 눈망울만 굴리던 때와 다르다. 이제는,

뛰기도 하고 노래도 목청껏 뽑기도 하고 산에도 가고 바다에도 가고
좋아하는 사람과 포옹도 하고 입술도 포개보고..... 예전에는,
아니다 아직은 그 사람 노릇이

가슴은 있으나 팔다리가 굳었다. 차라리 없다.
아무리 패달을 밟아도 가지를 않는 사이클링.
고무벨트는 끌어당겨도 당겨도 돌아가 나를 가둔다.
날씨가 더워서 걷기가 힘들다고
추워지면 또 추워서 더 게을러 질 테고
예전, 그 사람 아닌 지금 사람으로 한 살을 먹었는데
느낌은 두뇌만 지배 하고
욕망은 두뇌만 지배 하고 있다. 아직은,

사이클에 앉아 패달을 밟는다. 굴러갈 날을 위해
고무벨트를 끌어당겼다 놓다 10년이면 어떠랴
그 굴레 훌렁거리다가 끊어지겠지, 끊어지겠지,
옛 사람 나 그 맞춤형 명품 되겠지.
그래서 나 지금 투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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