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 나 찾아

2012.11.15 00:51

정어빙 조회 수:343 추천:28

옛 사람 나 찾아

                  정어빙

입을 떼면 말도 되고 웃음도 나온다. 이제는,
눈물도 곧잘 흐르고 발을 떼면 절룩절룩 걸음도 된다. 이제는,
바나나 한 덩어리쯤 거뜬히 들어올리고
플라스틱 파이프를 목구멍에 꽂은 채 눈망울만 굴리던 때와 다르다. 이제는,

뛰기도 하고 노래도 목청껏 뽑기도 하고 산에도 가고 바다에도 가고
좋아하는 사람과 포옹도 하고 입술도 포개보고..... 예전에는,
아니다 아직은 그 사람 노릇이

가슴은 있으나 팔다리가 굳었다. 차라리 없다.
아무리 패달을 밟아도 가지를 않는 사이클링.
고무벨트는 끌어당겨도 당겨도 돌아가 나를 가둔다.
날씨가 더워서 걷기가 힘들다고
추워지면 또 추워서 더 게을러 질 테고
예전, 그 사람 아닌 지금 사람으로 한 살을 먹었는데
느낌은 두뇌만 지배 하고
욕망은 두뇌만 지배 하고 있다. 아직은,

사이클에 앉아 패달을 밟는다. 굴러갈 날을 위해
고무벨트를 끌어당겼다 놓다 10년이면 어떠랴
그 굴레 훌렁거리다가 끊어지겠지, 끊어지겠지,
옛 사람 나 그 맞춤형 명품 되겠지.
그래서 나 지금 투병중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옛 사람 나 찾아 정어빙 2012.11.15 343
64 일학년 글씨 정어빙 2012.11.15 300
63 소원 정어빙 2012.11.15 252
62 단풍이 물들때 정어빙 2012.11.15 464
61 그곳은 정어빙 2012.11.15 248
60 부러운 사람 정어빙 2012.11.15 308
59 11월 정어빙 2007.11.15 1246
58 깨어진 창문 정어빙 2007.11.15 1082
57 달력 정어빙 2007.11.15 1145
56 작아지는 사람 정어빙 2007.02.23 1106
55 거리(距離) 정어빙 2007.02.23 1059
54 검은 고드름 정어빙 2007.02.23 1119
53 정어빙 2007.02.23 1089
52 긴 그림자 정어빙 2007.02.23 767
51 빈 자리 정어빙 2004.11.26 1130
50 철새 정어빙 2004.11.18 1067
49 가을 자국 정어빙 2004.10.22 1378
48 어쩔 수 없는 복수 정어빙 2004.10.07 994
47 산 죽음 정어빙 2004.10.07 948
46 외로운 것은 정어빙 2004.10.07 950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5
어제:
9
전체:
14,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