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여 번째 박치기
2012.11.16 13:52
나 희덕 (시인. 조선대 교수) 자연이라는 스승 **삶과 죽음의 문제는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자연 현상은 인간 사를 비유하기 위해 자주 차용되기도 하고, 인간의 유한함이나 폭력성을 비판하기 위해 등장하기도 한다. 이주희의 [만여 번째 박치기]는 항공 여객기가 새떼와 충돌 하면서 불시착한 사고를 소재로 삼고 있는데, 인간에 의해 희생되는 새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맞흥정은 없다 마음먹고 세게 받아쳤으므로 거스름도 없다 날개는 폭풍우에 꺾인 돛대와 같고 이마는 산산 조각난 거울과도 같다 비록 피를 흘리며 곤두박질치지만 추락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이대로 아래로 내려가 시린 바닷물에 코를 박아 뭉개거나 아니면 다시 한 번 떠가는 뱃머리에 부서진 머리를 들이박을 것이다 저 바다에서 청각을 잃고 모래벌판에서 숨을 거둔 고래는 진동의 진폭을 난도질당해 그리된 것이다 자유로운 우리의 진로를 가로막고 위협하는 작두날 같은 인간의 날개 의(義)있는 동료가 어제 열어준 길 오늘은 내가 만여 번째 뒤따랐다 지금 나는 내리꽂을 듯 하강 중이므로 이제 이별의 시간도 그러할 듯 뒤따라와 에워싸는 동료들의 고별 날갯짓 아 ! 투사의 폐 속으로 시리게 들어차는 평화스런 이 공기. (USA 투데이는 7일 “지난 1월 US항공 여객기가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 한 원인이 새떼와의 충돌 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사고가 2007년에만 7666건이나 발생했다" 고 보도했다.) - 이주희 [만여 번째 박치기]에서 - **바다의 고래나 하늘의 새들이 문명의 이기(利器)에 희생되고 있는 현실을 단호 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는 이 시는, 그 것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인간에 저항 하는 새들의 ‘결사' 라고 선언한다. 기체에 부딪쳐 곤두박질하는 새의 운명을 비장 하게 들려 주는 화자의 목소리는 그들에게도 인간 못지않은 삶과 죽음의 무게가 있음을 돌아 보게 한다. [미주문학 2010년 여름]계간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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