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하는 2011년 상황
2011년의 상황은 많이 달라질 전망이다. 상황의 변화는 대응방식의 변화를 필수적으로 수반한다. 2011년에 예견되는 변화란 지유샤와 이쿠호샤 교과서의 출현, 채택지구의 광역화 움직임과 교육위원회의 권한 강화로 대표되는 교과서 채택환경의 변화, 독도문제의 교과서 기술로 인한 한일간 대응방식의 변화 등이다. 각 주제별로 살펴보면서 어떻게 대응해나갈 지를 생각해본다.
첫째, 불채택운동의 대상이 다원화된다는 점이다. 문제가 된 우익교과서인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 교과서는 내부분열로 인해 새역모와 교육재생기구로 나뉘었고, 양쪽 모두 내년 교과서 검정을 대비하여 내용이 비슷한 교과서를 출현시킬 예정이다. 쌍둥이판 우익교과서의 검정은 이에 대응하는 시민단체쪽에서 보면 불채택운동을 양쪽으로 벌여야 하는 부담감이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문제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는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새역모 불채택운동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전쟁을 찬미하는 위험한 교과서’라는 인식이 확산된 점이다. ‘위험한 교과서’에 대한 인식은 한일시민연대를 가동시키는데 있어 중요한 접착력이었고, 일반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중요기제였다. 그러나 만약 쌍둥이 교과서들인 지유샤 교과서와 이쿠호샤 교과서가 같은 지역위원회 내에서 출현한다면 문제의 선명성이 감소되면서 이 교과서들의 채택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갈수록 일본내 교과서 채택환경이 개악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중학교 교과서 검정과 관련된 일본 지역운동의 평가를 보면, 대체로 공통점이 있다. 교과서 채택환경이 바뀌고 있는데 교육위원회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고 있으며, 채택지구의 광역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새역모가 꾸준하게 교육위원회 청원을 통해 요구해왔던 것으로, 교육위원의 채택권한을 강조하면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교과서 채택이 이루어졌다. 또한 채택지역 광역화 움직임이 현실화되어 요코하마의 경우 우익교과서 채택이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교과서 채택환경의 개악은 교과서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운동이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시민운동이 요구해왔던 채택지구의 소규모화와 학교에 의한 채택을 주요골자로 하는 교과서제도개선운동이다. 이것은 한일시민운동이 그동안 해왔던 우익교과서 불채택운동과는 질적으로 다른 영역의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셋째, 2010년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를 서술한 것은 한일간의 긴장감을 극도로 만들었다. 2011년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기술할 것인가 역시 한국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독도문제는 한일간 한치의 양보가 어려운 영토문제로 인식되어, 한일시민연대로 쌓아왔던 기본적인 틀을 바꾸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는 독도문제를 교과서문제와 별개로 대응해왔던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일본의 교과서에 독도가 기술됨으로써 역사인식 문제와 분리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이렇다면 내년 교과서 대응에 있어서 한일 시민연대의 접점도 예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2. 2011년 교과서 채택을 위한 제안
이같은 문제인식 속에서 내년 2011년을 위한 한일 시민연대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2011년은 다원화된 내용과 다원화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민운동의 좀더 세심한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예년에는 후소샤 불채택운동이라는 단일한 운동방식이 유효했지만 이제는 그것만 가지고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이 산적해있다. 그런 점에서 몇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할 일과, 한일 양국이 각국의 상황 속에서 할 일을 나누고 역할분담하는 일이다. 한일시민연대는 지금까지 해왔던 우익교과서 불채택운동을 집중하는 일이고, 일본은 교과서 제도개선운동을, 한국은 독도기술개선운동을 하는 일이다.
첫째, 2011년 불채택운동에 있어 한일공동의 과제는 5-6개 지역을 선별하여 집중관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전체적인 불채택운동의 기조는 지역 시민운동을 기반으로 한 자매결연도시를 활용하면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뽑아 집중지원하는 일이다. 집중지원이라 함은 불채택운동과 함께 대안운동을 함께 펼침으로 한일시민연대의 질적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일이다. 예를 들면 요코하마, 이마바리 지역이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상징되었다면, 자매결연도시와 함께 다각적인 불채택운동을 하는 동시에, 지역차원에서 한일 공동수업 등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우익교과서 채택저지와 함께 공동활동을 통한 새로운 대안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럴 때만이 불채택운동을 수치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한일시민연대가 지향하는 공동의 역사인식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일본의 교과서운동이 불채택운동과 동시에 교과서 제도개선운동을 병행해야할 시점인 것 같다. 시민운동이 요구해왔던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하는 교과서 제도를 만들어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제도개선운동은 시민운동의 영역 뿐 아니라 국회 등 다양한 차원의 채널을 가동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시민운동의 정치력이 요구된다.
셋째, 독도기술 개선운동은 일본보다는 한국에서 활발하게 해야할 몫이다. 독도문제에 관한 교과서 서술은 일본의 근린제국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제기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독도문제에 관해 학습회를 통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왜 그러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적 맥락을 이해한 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야할 일을 고민하는 일이 순리일 것이다.
2011년은 교과서운동을 다양화해야 하며, 동시에 제도개선운동이라는 새로운 운동의 영역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고, 한일간의 시민연대가 과연 어느정도까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일은 이제까지 해온 일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이다. 지금까지 한일시민운동이 10년간 해온 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한층 앞당길 수도 있고 뒷걸음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일 시민운동의 결합도와 헌신성이 한층 더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