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김치에 대하여 / 김영교
2017.03.02 07:56
김치에 대하여 / 김영교 푸른 들판이 이고 온 싱싱한 배추밭 흐르는 물이 씻고 행궈 소금이 절이면 한 참을 고개 숙인 채로 기다림에 침묵한다 고춧가루 양념이 버무릴 때 아우성 친다 손끝으로 내려온 가슴이 달래고 살려내는 절묘한 배합의 껴안음
김치 제 맛이 라는 게 숙성되어야 그것도 포기김치 자신을 버릴 때 숨 죽어 그리고 살아나 엎드린 사귐으로 이웃과 손잡는 생 피와 살이 맛 대로에 진입한다
뻣뻣한 자아가 살아있는 나 저 김치처럼 맛 손에 붙들려 씻기고 절여지고 알맞게 곰삭아 누구의 화해 밥상에 맛부신 사람 김치가 될 수 있을까
투명한 삶 유리병 가득 시작부터 조용한 저 헌신이 투신 사람 바다에서 뜨겁게 만나 태고적 식탐과 춤춘다
죽어야 사는 목숨 버려야 일어서는 맛 맛 맛 나를 버리고 너에게 간다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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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3.0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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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3.02 08:45
쌀과 살/ 손인선
나는
쌀이라 하는데
포항 사시는 할머니는
살이라고 해요
“할머니, 살이 아니고 쌀.”
“그래, 살이 아니고 살.”
아무리 말해도
할머니는 쌀을
살이라 해요
쌀밥을 많이 먹어
밥심으로
농사짓는다는 할머니
할머니가 말하는
‘살’은
쌀도 되고
살도 되고
힘도 되지요
경상도 지역에서는 그냥 오래전부터 쌀을 살이라고 발음해왔기 때문에 그리 말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발음을 따지는 이유는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전달하기 위함이다. 뜻만 정확히 전달된다면 굳이 발음의 디테일에 신경 쓸 이유는 없다. 실제로 ‘쌀’의 어원이 사람의 ‘살(肉)’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쌀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양식이므로 쌀을 먹으면 살이 되기 때문에 ‘살’이 ‘쌀’이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쌀이기 이전에 살이어서 하나도 우스울 게 없는 것이다. 그리고 쌀은 우리 민족에게 살과 피, 그리고 정신 그 자체이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농경문화를 이어온 우리 조상들은 쌀에도 생명과 영혼이 담겨 있다고 믿어 왔다. 볍씨에서 나락으로 가을에 열매를 거둬들이는 과정은 곧 사람의 일평생 과정이며, 쌀을 먹는 사람은 쌀의 영혼과 기를 받아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여겼다.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것은 쌀밥이 아니라 ‘살밥’인 것이다. 그 살이 지금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오늘 마트에서 보니 햅쌀도 할인판매를 하고 있었다. 사먹는 사람에겐 반가울지 모르지만 풍년이라도 농부의 마음은 무겁다. 소비부진과 재고과잉, 조생종 작황호조의 결과다.해설권순진."https://www.youtube.com/embed/CzWPVdyM978?ecver=1" -
Chuck
2017.03.02 10:07
Ode to joy
밥과 식구, 밥심으로 산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조기 한 마리 굽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깻잎 찌고
된장찌개 끓이며
퇴근하고 돌아온 아내
늦은 저녁상을 분주하게 차린다
햄이며 참치며
대처로 나간 아이들 반찬이 빠진 채
한때 밥상머리 둥글둥글 둘러앉아
침 묻은 숟가락 서로 부딪히며
평화로운 소란으로 들끓던 밥상, 단출하다
군데군데 귀 떨어져 나간 두레상마냥
시간의 입 물려
머지않아 아버지 반찬도 떨어져 나가겠지
노릇노릇 구워진 조기 살 발라
아버지 숟가락에 올려놓는다
훈훈한 눈빛 둘레 안에 머물던 두레상
달가닥 달가닥
수저질 소리만 소슬하다
- 김동준, ‘두레상’ 전부"https://www.youtube.com/embed/eBpYgpF1bqQ?ecv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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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youngkyo
2017.03.03 15:57
척척박사님;
밥심이 맞지요. 두레상 사랑, 가족그림 한폭
지상의 둘레상 가정이 아름다운 천국 모형
아닐까요?
신나는 동요 타임 "김장 노래"
♬ 넣어라 넣어라 고추 양념 만들어 배추를 헤치고 속을 넣어라
고추 생강 다져서 배추 속에 넣으면 먹을 때 먹을때 맛이 좋단다 ♬
"https://www.youtube.com/embed/ZVVVFc2gZ4E?ecve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