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수필 - 카풀로 오는 봄/ 김영교
2017.04.01 23:41
카풀로 오는 봄
네번 반을 돌면 일 마일이 되는 윌슨 공원에 산책을 나간다. 연초부터 건강우선 'Health is above wealth'란 기치를 걸고 마음 단단히 먹고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라인댄스가 좋겠다는 친구의 권고도 있다. 우선 혼자 할 수 있는 산책에 마음을 모았다. 각가지 나무들이 우거진 윌슨공원은 지척에서 늘 팔 벌리고 반겨준다. 눈동자 굴리는 운동도 하면서 걸으니 눈 피로가 가시는듯 하다.
아침 산책은 기지게를 키는 몸 구석구석 세포의 모닝콜이다. 길섶 초록잔디에 물들었다 털고 나온 나의 안색도 초록에 젖어있다. 기분이 상쾌하다. 움추리게 하는 겨울이 물러간게 여간 고맙지가 않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따스한 봄이 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추워 어깨를 웅크리고 다닌 지난 겨울이다. 날씨가 화창 해 지니깐 마음부터 저절로 환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혈액순환도 잘되고 걷고 나면 물맛도 밥맛도 좋아진다. 좋은 일이라도 생길 듯 마음이 부푼다.
가지 끝이 하늘과 입맞춤을 했나보다. 어느새 꽃망울이 부풀어 있다. 남쪽 길목에도 오동통한 꽃방울들이 얼굴 내밀고 있다. 보송보송 움트고 싹돋는 봄의 표정이 손녀 뺨 같다. 날씨는 아직도 약간 쌀쌀 맞은데 뿌리는 어느 새 갈아입힐 연초록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주위는 밝고 희망차 보인다. 아름답다. 김 솟듯 물오르는 생명이 솟구치고 있다.
걷기를 끝내고 찡해진 나는 오늘 아침은 화초와 정원 손질에 시간을 바치기로 마음 먹는다. 문득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린다. 손바닥 크기의 우리집 뒷뜰은 동네 날개 가족들에게는 인기 별로일 게다. 우거진 풀섭이나 나무들이 별로 없는 뒷뜰이다. 찾아온 방문객 새(鳥)손님, 플르메리아(Plumeria) 낮은 나무 가지에 정신없이 우지지고 있는 모습이 그지없이 반갑다. 여러번 보기는 보았지만 신기한 새소리를 귀담아 듣기는 처음이다. 봄이 배경이 되니깐 내 마음 귀도 민감해지나보다. 느긋한 시선이 핏발을 몰아낸다. 이곳에 날아들어 파르르 떠는 날개짓과 고운 새 소리는 이 아침 나를 들뜨게 해주는 행복 한 보시기다.
우리 집 남향 베이윈도에 놓인 16개의 미짓(midget) 오킷 화분 위에 봄은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투명한 햇살은 자그만 체구의 화분들에게 빛 화살, 겨냥하기만 하면 명중, 잎파리 푸른 혈맥 과녁에 닿자마자 싱싱하게 쑥쑥 자라게 한다. 사랑의 교감이 이루어진다. 그 가녀린 몽우리들이 햇볕에 가슴 맞대고 겁 없이 기세 좋게 다가가고 있는 광합성 모습이 나를 눈부시게 한다. 만개는 시간문제다. 올망졸망 웃음들이 예쁘게 앙증스레 매달려 있다. 목젖 내놓고 활짝 웃는 파안대소의 그날을 나는 기다리고 있다. 설레임과 기대 그 자체이다.
그 매섭고 오래 지속될 것만 같던 겨울날을 걷어 내는 저 힘, 잊지 않고 새로운 봄을 또 다시 뿌려주고 있는 저 힘은 솔로 운전이 아니다. 땅을 깨워, 동면을 깨워 흙, 새, 오리, 다람쥐, 개미, 거미, 지렁이, 민달팽이, 보이지 않지만 바람도, 하늘도, 구름도, 비도, 지나가는 오파섬의 느린동작 까지도 탑승시킨 봄은 분명 융숭한 초대형 합승 운전자다.
햇빛을, 캄캄한 밤을, 물렁한 흙, 짧고 긴 바람과 구름을 싣고 카풀로 달려오는 봄의 두근두근 가슴을 보라! 전들 오죽이나 조심하며 준비했으랴! 수줍은 듯 서두르지 않고 정확하게 어김없이 계절 고속도로 진출이 가능한 것은 바로 동업하는 우주 질서와 좋은 관계 - 이 기막힌 깨우침이 이 아침 나를 감동으로 떨게한다. 나 역시 두꺼운 불만의 겨울을 벗고 몇 개 안 남을 수도 있는 봄에 승차하여 나눔과 감사의 카풀로 남겨진 ‘좋은 관계’ 를 가고 싶다.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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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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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2 01:27
Ode to joy
스피노자의 안경/ 정다혜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자
오늘도 안경을 닦아
잠든 내 머리맡에 놓고 간다
그가 안경을 닦는 일은
잃어버린 내 눈을 닦는 일
그리하여 나는 세상에서 가장 푸른
새벽과 아침을 맞이하지만
그때마다 아픔의 무늬 닦아내려고
그는 얼마나 많은 눈물 삼켰을까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안경의 렌즈를 갈고 닦았다는
철학자 스피노자
잃어버린 내 한쪽 눈이 되기 위해
스피노자가 된 저 남자
안경을 닦고 하늘을 닦아
내 하루 동안 쓴 안경의
슬픔을 지워, 빛을 만드는
저 스피노자의 안경
- 시집 『스피노자의 안경』(고요아침.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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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유대인 철학자 ‘스피노자’는 생계수단인지 취미생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무를 심는 대신 안경알을 깎다가 40대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안경알의 미세한 가루가 허파 속으로 들어가서 폐병을 앓다 죽었다는 말도 있고, 밤을 새우며 범신론적 세계관과 합리적 인식론을 체계화하는 연구에 몰두하다가 과로로 병을 얻게 되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스피노자와 같이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자’는 바로 시인의 남편 되는 손춘식씨다. 시인의 남편이 매일 안경을 닦아 잠든 아내의 머리맡에 놓는 데는 슬픈 곡절이 숨어있다. 정다혜 시인은 20여 년 전 자동차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자신이 운전하던 차의 옆자리에 타고 있던 어린 딸은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그해 여름 길 위에서 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시인은 내내 콩밥 먹는 죄인의 심정으로 먹먹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그런 절망 가운데서도 남편은 아내의 쪼그라든 가슴에 희망의 두레박을 내렸다. 시인의 남편은 우울증에 빠진 아내를 사랑의 힘으로 ‘시’의 세계에 인도했던 것이다. 2005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경희사이버대학 문창과를 졸업하고, 시집을 두 권 내는 동안 남편은 아내의 시 쓰는 작업을 위해 매일 출근 전 아내의 잃어버린 ‘한쪽 눈’인 안경을 정성껏 닦았다. 그리하여 시인으로 하여금 ‘세상에서 가장 푸른 새벽과 아침을 맞이’하도록 했다.
그런 남편이 시인에게는 ‘스피노자’가 안경을 만지는 모습으로 비쳐졌고, 잃어버린 한쪽 눈보다 더 밝은 빛이 되어주는 남편이 있기에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시인은 오직 시를 통해 산탄으로 몸에 박힌 슬픔의 통점을 다스렸고, 삼켰던 울음을 정제하여 시를 썼다. ‘아내의 안경’은 남편에게 한 그루 사과나무이며 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편의 위대한 노동은 바로 사랑의 원형질인 것이다.
시인은 “시가 있고, 남편이 있고, 스피노자의 안경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위해 사랑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가졌다면 그는 사랑의 철학을 실천하는 철인(哲人)이다. 매일 매일 그 누구를 위해 작은 일을 다짐하고 행한다면 그가 바로 성인(聖人)이 아니고 무엇이랴.( 해설 권순진)
만약 그대가 없다면..
"https://www.youtube.com/embed/kqLp7g29bfk?ecv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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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7.04.02 17:42
감동
아주 한참 멍멍했습니다.
말을 능가한 이 느낌
푹 깊이 잠겼드랬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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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2 02:08
Oldies but Goodies
추억 음악산책 !
사랑은 눈물이었고 슬픔이었다네 내 사랑이 떠나는 그날까지
내 마음이 돌아서는 그 때까지 정녕 잊을 수 없는 그대
내 마음은 영원히 변하지 않으리 내 사랑 떠나는 그날까지 나는 잊지 못하리
당신이 행복하게 되기만을 성모 마리아께 기도합니다
그대에게 축복을 내리소서.. -
Chuck
2017.04.02 09:18
←묵상사순절 40일
40일
사순절은 언제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하여 행하신 모든 것들을 일깨워주는 시간입니다. 이 풍성한 선물은 해를 거듭하면서 묵상할 수 있으며, 그때마나 늘 우리에게 경이로움과 놀라움을 선물합니다. 이 성경 읽기계획을 통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복음서를 읽게 되실 것이며, 이 땅에서의 마지막 일주일의 예수님 여정을 따라갈 것입니다. 이 계획은 총 47일로 구성되어 있으나, 일곱번의 주일은 관례에 따라 안식의 날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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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7.04.02 20:06
네, Lent기간입니다.
안드레아 보첼리 자체가 은혜가 됩니다.
좋은 부활 절기 맞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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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2 10:09
was searching for random articles in wikipedia and Yuriko Nakamura appeared,...
I searched videos and arrived here.... I'm so glad I did, the music is beautifu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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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7.04.02 17:31
Romance - Yuhki Kuramoto
글쓰다 피로할 때 쉼을 얻었지요.
일본 단풍잎의 다양한 색체와 영상이 아름답네요.
휴식의 선률이 회복으로 안내하네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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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2 10:56
떠나온 고향생각
모두가 그리워하는 고향이 있습니다
꼭 태어난 곳이 아닐지라도 어릴적 뛰놀든 그곳
구수한 밥 냄세가 나는 그곳이 고향일지 모릅니다
고향은 모두가 그리워하며 가보고 싶은곳 입니다
친구도 그런것 같습니다
어릴적 친구 함께 뛰놀며 자란 친구도 그립지만
나중에 사귀었더라도 내 마음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거짓없이 말하고 아픔도 슬픔도 함께 할수있는 친구
언제나 보고싶은 친구가 진정한 친구인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리움에 목마른 사슴처럼
고향과 친구 생각을 하며 고향의 노래를 불러 봅니다
오늘도 축복넘치는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
Chuck
2017.04.02 12:07
Very Romantic Song , to listen to enjoy !
Hey girls, gather 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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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3 03:07
Ode to joy
인생의 시 - 사람, 새 그리고 하나님 ( 로버트 브라우닝)
이 시는 19세기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것입니다
그는 강건하고 철두철미한 남성적인 시인이었습니다. 그는 테니슨이나 워즈워드처럼 우울하고 여성적인
그런 일면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쁜 것이 아닌 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즐기려고 한
보기 드문 현세주의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놀라울 만큼 강렬한 영혼의 불멸과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 내세의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그는 자연보다 인생을 열애했고
미래의 희망을 노래했던 것입니다.
Man, Bird, and God
- Robert Browning -I go to prove my soul!
I see my way as birds their trackless way.
I shall arrive! what time, what circuit first,
I ask not: but unless God send his hail
Or blinding fireballs, sleet or stifling snow,
In some time, his good time, I shall arrive:
He guides me and the bird. In his good time!사람, 새 그리고 하나님
- 로버트 브라우닝 -나는 내 영혼을 시험하러 가련다!
새들이 발자취 없는 길을 알아보듯 나도
내 행로를 안다. 어느 때 어느 경로인가는
묻지 않아도 언젠가는 이르리라. 하나님이 우박이나
매몰찬 번게, 진눈깨비나 숨가쁜 눈발을 내리지 않는 한,
언제인지는 모르나 제 때에 도착하리라.
그는 때를 맞추어 나도 새도 인도하신다!인생속에 신의 개입이 있을것이라는것과 그것을 수용 하며 사는결코 좌절 없는 인생이겠구나 하는 생각???v -
김영교
2017.04.03 19:04
척척박사님:
배웁니다. 영시시간
로버트 브라우닝의 '사람, 새 그리고 하나님'
네, 소망이 되니깐요!
감사
Exodus 다음 바로 뜨는 동영상-Introduction and Rondo Capricioso-
즐감, 오랫만에.
감사
시차 극복? 건강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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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3 05:49
L O L ( 재미로 )
된장녀 VS 생강녀 VS 간장녀
된장녀 : 자기 능력도 안되면서 마구 비싼 물건을 사는 허영심 많은 여자
.
.
.
생강녀 : 생활력 강한 여자
..
.
간장녀 : 짜게 소비하는여자
[P.S]
김치녀 : 남자를 보는 기준이나 사랑하는 척도가 인간적인 내면이 아니라 외모, 키, 돈, 능력, 자동차 등등인 이런 여자
스시녀 : 남녀가 똑같이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고, 최대한 간소화하게 결혼 비용을 들인다는 일본 여성을 동경한 터치페이형 여자"https://www.youtube.com/embed/-GoJQxAxEfU?ecv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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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3 06:17
부활절의 의미 !
만남-정채봉 作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들어오니까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
만남은 우연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결국 자신이 선택한 결정입니다. 피해버리고 싶어도 피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운명적이라는 말을 합니다. 이번 주가 기독교에선 고난주간입니다. 예수가 금요일에 잡히어 죽음을 당하고 일요일에 부활합니다. 그래서 ‘성금요일’이라 하고 “부활절‘이라 합니다.병들고 가난한 민초들 곁에 계시던 예수를 우리는 어떻게 만났습니까? 첫 번부터 만남이 잘못된 것입니다. 이웃은 사라지고 경쟁자만 있는 사회. 일등만 인정하고 이등부터는 무시하는 사회, 성공만 축복받고 실패는 용서받지 못하는 사회, 공허한 베스트셀러만 있고, 알맹이 있는 책은 팔리지 않는 사회, 지도자만 말하고 구성원들은 벙어리인 사회, 선생만 있고 스승이 없는 사회, 사진만 찍고 돌아서는 봉사단체가 많은 사회, 입만 살았고 온몸이 멈춰 있는 종교인들이 판치는 사회에 교회는 소금과 빛의 역할을 다하는지 묻고 싶습니다.예수는 말합니다. 머리로만 따지지 말고 뜨거운 가슴으로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입니다. 애초에 그런 만남이었는데 부귀영화 때문에 그 본질을 잊어버리고 높이 십자가만 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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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7.04.03 19:08
척척박사님:
부활절 관련 어록들
절절합니다. 냉정한 머리는 있는데 예수 심장가슴은 귀하지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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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3 06:23
01. 사명/윤동섭
02. 고통의 길 주님의 길/신상옥
03. 비아돌로로사(십자가의 길)/윤동섭
04. 내 눈을 뜨게 하소서/인순이
05. 눈물로 씻은 발/박종호
06. 십자가 짊어지신 예수/신상옥과 형제들
07. 십자가/권성일
08. 보았나 십자가의 주님을/인순이
09. 십자가 바라보면서/유승훈 프란치스코
10. 쓴잔/가스펠콰이어
11. 세개의 못/인순이
12. 임쓰신 가시관/신상옥
13. 십자가 그 완전한 사랑
4월, 봄의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