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수필 - 하늘 시선으로 / 김영교
2017.03.19 18:35
하늘 시선으로 / 김영교
언젠가 '댕규'말과 아름다운 글이 적힌 예쁜 카드와 크리스탈 선물이 나를 한참 눈부셔 한 적이 있었다. 유방암 약물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없어진 친구 머리 위에 추울세라 까만 모자하나 얹어준 게 고마웠던 모양이었다. 그 친구에게 퍽 어울렸다. 지난 날 내가 눌러 쓰고 추위로 부터 따뜻하게 보호받은 가족 같은 모자라는 기능이 그 친구에게도 그러기를 바랬다. 동병상련의 우리는 대화가 누구보다도 통했고 마음이 통했다. 의견의 일치가 건강 켐프에 참가하게 했고 그해 우리는 하늘이 유난히 깊었던 가을을 휘젓고 걸으면서 회복을 향해 참으로 진지하게 순간순간에 임했다.
옛날 아주 공기 좋은 폐결핵 요양소병동이었던 북가주의 이 건강켐프 별장은 이제는 많은 건강공동 단체에서 빌려 질병 퇴치를 위해 운영되고 있다. 친구와 함께 참가한 3주의 건강프로그램은 참으로 싱싱한 현장 체험을 연속적으로 제공받았다. 별 하늘이 이마 위에 쏟아지는 새벽이면 기상, 아삭거리는 아침 공기 마시며 스트레치와 국민체조로 하루를 열면 심호흡은 세포들을 깨우고 혈관도 열어놓았다. 이어지는 한 시간 산책은 온몸 신경과 폐부를 돌아 내장을 쑤욱 터주었다. 어느 틈에 온몸은 가벼워지고 식욕도 뽀송뽀송 살아나 건강식 식탁을 기대하며 무척 즐기기 시작했다.
비온 후 약간 질척대는 흙길을 밟으며 간간이 바라 본 길섶의 욱어진 수풀은 날아오를 듯 싱그러웠다. 물기 밴 이파리의 영롱한 반짝임은 햇빛 앞에 수줍은 보석이었다. 거구의 알몸을 내놓고 들여 마시고 내 뱉는 숲의 호흡이 들리는 듯했다. 노루 발자국과 고운 새소리가 태고적 이끼 입은 거목사이에도 역력했다. 뿌연 안개 속에 아스라이 김 오르는 숲길 따라 산등성이를 올라갔다. 그림 속을 넘나드는 사슴이 된듯 신비스런 기분에 젖어들었다. 살아있어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 할 수 있어 너무 좋았고 후원해준 가족들이 고마웠다.
여러 봉사자가 준비한 무공해 식탁을 대 할 때 마다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찬란한 햇볕을 보고 또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어느 듯 당연하게 여겨오던 무심한 마음이 감사를 깊이 느끼기 시작했다. 보잘 것 없는 풀꽃 하나도 정답게 다가와서 안겼다. 내 시각이 변해가고 있었다. 옆 침대의 이웃을 향해 기도와 찬양을 부르면서 마음을 다해 아픈 데를 어루만져 주었다. 껴안고 손 발, 어깨도 주물러주고 쓰담는 섬김을 목격도 했고 나 역시 현장에 참여하는 체험도 가졌다. 마음속 깊이 이상한 기쁨이 일었다.
3주간의 자연과의 사귐은 축복이었다. 무공해 자연 속에 뒹구는 이 건강켐프은 8가지* 지침을 통해 자신이 만든 흙 제품과 계속 소통하고 싶어하는 창조주를 깨닫게 해 주었다. 흙 제품을 통해서도 약속의 성취는 있어야 했다. 사계절의 변화도 그가 허락한 선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죄 동굴에서 웅크리고 있는 인간을 빛의 자녀로 삼기위해 단 하나밖에 없는 자기 아들을 우리에게 몽땅 내준 십자가 사건이 있었다. 이보다 더 엄청난 사랑의 성취는 없지 않는가. 사랑의 극치였다. 사랑의 완성이었다. 감동이었다.
생명의 모태 속에서 숨 쉬고 푹 쉬었다. 스스로 있는 자(출 3:14) 즉 자연(自然)이 빛이, 물이, 흙이, 바람이 그리고 생태계의 생멸(生滅)의 그 모든 단계가 창조주의 의도이며 애정표시라는 깨달음이 나를 떨게 했다. 순종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지극히 작은 존재의 피조물이란 한계의식이 덮쳐왔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갈 때 자연이 가지고 있는 생명 에너지가 몸에 들어오고 병이 든 인간의 몸속에 자생력과 치유의 능력이 활성화된다고 하니 자연과 동화될 때 평안과 안식을 얻게 되는 길이 바로 회복이며 치유임을 알게되었다. 병이 낫는 이유가 쉽게 이해되었다.
선물이라는 나눔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하고저 하는 생명전류가 아닐까? 퍼주고 나면 더 고이는 샘물 같은 힘이며 에너지가 아닌가. 유아에서 노년으로 영글어가는 인간의 몸속에 솟아나는 나눔의 마음은 계속 흘러간다. 이 자연스런 생명의 흐름이 내게서 나가면 몇 배의 증폭된 기쁨 에너지로 되돌려 받게 되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슬픔을 나눌 때 반으로 줄고 기쁨을 나눌 때는 몇 배로 늘어나는 실제 경험만 봐도 그랬다. 나눔의 기쁨을 가르치기 위해 이 순간에도 창조주는 끝없이 ‘주기만 하는’ 오버타임 일을 하고 있지 않는가.
나눔의 기쁨은 건강과 직결 되어있다. 기쁠 때 인간의 몸속에 NK*셀이나 인터페론 같은 면역물질 공장이 활발하게 가동된다는 의학정보만 봐도 그렇다. 신비한 관계에서 신의 전능성이 인정되며 토기장이와 질그릇사이 그 관계성에서 인간 쪽의 평화가 유지되도록 오차 없이 면밀 계획 창조됐음을 성서에서는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바로 이것이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 왔다. 유전자 지도 개놈판독에 까지 이어져 창조주의 놀라운 창조질서를 완전해독(解讀), 생명연장은 쉬워질까? 4개의 정상적 염기배열의 서열이 질병과 생명을 좌우한다니 기막히게 획기적이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이제 창조주의 인간창조 매뉴얼의 극히 일부를 읽게 되었는데 벌써 인류는 흥분하고 있지 않는가.
인간에게 복주기를 기뻐하는 창조주 눈에, 질병극복 핑계로 계속 까부는 인간을 내려다 볼 때 어떤 마음이 들까 안타깝다. 지식이 지혜를 앞질려 파 해친 개놈판독은 선전포고 같아 두려움마저 들었다. 십자가 사건이 '나 때문'이라는 지고의 사랑, 구체화는 늘 눈물짓게 했다. 항상 <주기만을> 좋아하는 –용서해 주고, 복 주고, 은혜 내려 주고, 영생을 주고 등등 아니었던가.
지난겨울은 춥고 길었다. 계절적 황량함으로 쓸쓸해 질 수도 있는 한 해의 끝자락에 추수 감사절의 감사와 성탄의 기쁨을 겯들여 인생의 겨울을 따뜻하게 한 배려는 참으로 절묘하지 않은가. 봄을 앞당기는 창밖의 빗소리, 잠들어있는 나의 시전(詩田)을 깨우기라도 하듯 정답게 두들긴다.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란 셸리의 시가 떠오르는 주말이다.
* 8가지 nutrition, exercise, water, sun, temperance, air, rest and trust in God-NEW START 생명운동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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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오
2017.03.2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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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오
2017.03.20 01:14
인용하신 Percy Bysshe Shelley시 가슴에 와 닿읍니다.
O, wind,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Our sweetest songs are those that tell of saddest thought.
요즘은 중2때 영어책에서 배운 William Wordsworth - daffodils 수선화 가 그렇게 좋읍니다.
아시다시피 영국은 수선화의 왕국이니요.
겨울동안 추워서 움츠리다가도 어느결에 나타난 수선화 한송이라도 보면 금새 봄의 희망이 차오릅니다. 요즘은 수선화보다 더 빨리피는 crocus만 보더라도 반갑지요. -
김영교
2017.03.20 09:53
강강술래님, 주거지가 영국인가 봅니다. 영국에서 직송세상, 참 좋군요. 셸리를 금새 떠오리시네요. 네, 누옥까지 영국신사 발걸음, 감사합니다.
이곳은 봄입니다.
뒷뜰에 노랑 수선화는 영시 시간의 daffodil을 ...학장시절, 아 옛날이여!
금빛둘님,
우리도 자연의 한부분이니 자연과 친해지면 자연도 우리에게 베풀지만
자연을 악용하려하면 자연에게 오히려 해꼬지 당하는게 바로 인과응보의 법칙인것 같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