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진실의 간극
이 월란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단 한가지 사실
피가 거꾸로 솟아도 실상을 지배해온 그 보무타려(保無他慮)
머리 검은 짐승이 두 발 딛고 있는 곳엔
지폐와 동전으로 계산되지 못할 일들이 거의 없었다는 그 사실
불모의 땅에도 향기 없는 꽃은 지천으로 피어났고
우린 너스레에 지쳐버린 거리의 흥정바치가 되었지
남루한 육신이 줄을 서야 하는 저 진창
오늘 내가 죽어가면서 느낀 단 한가지 진실
가슴이 미어져도 허물어지지 않을 장목더미같이 쌓여가는 것
지폐와 동전으로도 계산되어지지 못할 일들이
이제,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는 그 기막힌 진실
사실과 진실의 간극에서
유린 당하고 있던 말간 영혼은 이제 웃고 싶을까
2007-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