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이 월란
너를 떠나 보내고
달아나던 내 가슴 발 내린 곳이었네
영원히 정산되지 못할 마음의 손익 계산서를 들고
끝내 길들여지지 않을 바람의 핵을 좇아 가야만 했네
두려워라, 신열에 들끓던 적막함
서러워라, 폭풍이 지나간 자리마다 움푹
움푹 패여있던 얼굴
불구의 두 다리로 오르는 길
저 고요의 평지에선 턱 밑까지 차오른 숨
차마 내 쉴 수 없었네
바람의 혼음에 눈이 멀어
삭발 당한 기억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한올 한올 날려보내야 했네
바람을 토해 내는 주치의를 잃어버린 병자
바람의 사원에 수도자가 되어
너에게 포로되었던 지난 날을 볼모로
너 아닌 모든 사람에게 포박 당하고 싶었네
이제 막 탯줄이 잘린 고통의 신생아들이
호흡의 문을 열고 울음을 터뜨리는 언덕
기억의 뼈집들은 촘촘한 빛살 아래 다시 살이 오르고
또 다시 와르르 무너지는 언덕
기억의 생가를 허물어야 했네
발 아래 떠도는 꽃가루같은 풍문에도 이가 시리고
바람의 불심검문에 빈 몸 마저 수색당하며
다 내려 놓고 휑하니 실속 없고 싶었네
비천한 연줄 상수리 나무에 걸려
행여 죄 빌어질까
별들의 교신에 남은 가슴 마저 스러질까
하늘 가까운 곳이어야 했네
2007-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