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 가는 길은
이 월란
눈 멀도록 멀어라
돌아서 가는 길은
먼빛 시선, 마저 눈 감아
눈 감아
헤퍼서 몹쓸 것은 정(情)이라
덩굴채 잘라낸 살점같이
따가운 연(緣)
잡목 헤치며 에돌아 가는 길은
이리도 험하여라
초로(焦勞)의 넋을 지고
생목소리에 귀를 막고
환청같은 밤의 미사곡 속으로
걸어가는 길
품에서 멀어진
환부의 언저리를 돌고 또 돌아
전신에 너울을 두르고
물줄기가 잘려도 저절로 물오르는
잎맥 솎아 내며
돌고 돌아 가는 길
가로박힌 돌무덤
차라리 쓰다듬고 에돌아가는
어린 물줄기처럼
만지자 슬픔일까
두 발 저려 가는 길
2007-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