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내 (견공시리즈 122)
이월란 (2012-4)
거울 앞이나 옷방을 종종거리는 동선으로 외출을 짐작하는 요놈이, 엄마랑 같이 가볼까? 라고 말해주면 일자로 꼿꼿이 서서 꺅꺅 짖어댄다. 나도 갈래요, 제발 나도 갈래요.
요놈아, 네 털갈이하러 간다, 널 두고 갈순 없지. 차창 밖의 질주에 헥헥거리다가 낯선 유리문 벨소리를 넘어서면, 죽을힘을 다해 매달려 있던 고놈을 떼어놓고 집으로 온다. 찰카닥, 열리고 닫히던 철창문 소리.
전화벨 소리만 기다린다. 전화벨이 울리면 화창한 봄날이지만 스카프로 목을 친친 감고 가야한다. 이산가족 상봉 장면은 언제나 처절하기 짝이 없다. 막 깎인 날카로운 손톱으로 내 목을 사정없이 할퀴던 고놈, 스카프를 곁에 두고 전화를 기다린다.
어린 아기가 내 품을 떠난 뒤, 다시 느껴보지 못했던 비린 젖내가 떠다닌다. 이 기다림 속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