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이월란(2012-4)
남편 출장길에 따라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샌안토니오 공항, 안내방송 목소리가 달콤하다. 하루를 더 묵으신다면 호텔과 현금 300불을 지급하고 다음 날 좌석까지 책임지겠으니, 언제라도 마음이 바뀌면 오시라고.
위독한 티켓을 얼마에 팔아먹기에 저런 선심을 쓰나, 장삿속을 헤아려보다가. 청계천 닮은 리버워크를 다시 배회하고, 렌트카로 한국 식당을 다시 찾아다니고, 알라모 요새를 다시 탐색하는 상상을 하며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다, 웃는다.
단 하루의 일탈도 허락치 못하는 우린 너무 늙어버린 부부였을까. 이것저것들로 배를 채운 뒤에는 일상 같은 맹물이 가장 맛있는 법. 방랑도 깜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