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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란(2012-4)
철망 너머로 어린 눈이 자라는 동안
오랑캐의 나라를 그리워했다
계절과 계절 사이를 비집고
시차만 고여 있는 땅도 있더라
나라와 나라 사이
통용되지 못할 언어로 봉인되어
내 손을 떠나버린 편지 같은 이야기
손 타지 않는 신비한 생태계다
옆집 여자의 금발이 동화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면
떠나온 곳만 궁금해지는
지병에 시든 희귀동물 한 마리
갱신한 비자의 숫자만큼
강산이 변해도
어린 정강이가 엎어지던
골목은 여전히 자라고 있어
답장이 실리지 않은 비행기 한 마리
하늘에 금을 그으며 날아간다
소속을 잃고 뒤뚱, 밟아버린
하늘의 금
중도의 노선만 걷는 희귀종이 수시로
태어나는, 여기는 비무장지대
철망에 걸리지 않는 바람 한 줌씩
답장처럼 날아오면
발 디딘 곳이 모두 국경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