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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1 09:40

멍청한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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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청한 실수

                                

 며칠 전 일이다. 밤 10시쯤 되었을까.
클럽에서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길가에 세워둔 차쪽으로 가고 있는데 희미한 어둠 속에서
덩치 큰 흑인 하나가 내 차의 문을 열고 있지 않는가?
기겁을 하여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며 차를 향해 돌진했다
헤이!  내 차에서 뭐하는거야. 비켜
쏜살같이 달려가 그를 잡아채는 순간 그가 사정없이 밀치는 바람에 나는 몇 발자국 비틀거리며 뒷걸음치다 자빠지고 말았다.
급히 일어나려는데 마음이 앞서 중심을 잃고 주춤거리는 순간 그놈은 후딱 시동을 걸고 급발진 굉음을 내며 쏜살같이 달아나 버렸다. 멍하니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다가 순간 의아한 생각이 홱 머리를 스쳤다. 열쇠가 어디서 났을까?  
차에 급히 오르자마자 시동을 걸었었는데---
번쩍 정신이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두 차 건너에 똑 같은 모델에 똑 같은 실버색의 차가 주차되어 있지 않는가? 
번호판을 보니 내차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아아 다행이다—
그리곤 차를 몰고 신호등 앞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도망 갔던 그 차가 내 백미러 속에 나타났다.
그치도 엉겹결에 도망은 갔으나 제 정신이 들고보니 분했던 모양이다. 그는 때마침 어둠 속을 걸어가는 남자가 나인지를  확인하느라 그 쪽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다행히 신호가 바뀌는 바람에 나는 그 자리를 피해 빠져 나오며
두번째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마음도 안정된 후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것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아주 큰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이 줄줄히 연상되면서  등골이 오싹해 졌다.
만약 그가 나를 강도로 생각하고 무기를 사용했다면 어쩔뻔 했을까 . 미국은  호신용으로 총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흔한데---
그로서는  당연히 정당방위가 아닌가.
또한 내가 주먹으로 급소를 공격해 그를 크게 다치게 했다면
이것 또한 보통 일이 아니지 않는가.
그 많은 치료비와 위자료로 나는 끝장이 날수도 있겠구나.
아니면  현장에서 경찰을 불러 나를 강도범으로 신고를 했다면 결백이 입증될때까지 얼마나  곤욕을 치루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무사히 지나간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 일인가 싶어 새삼 가슴을 쓸어 내렸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생각지도 않은 실수를 할때가 종종 있다.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조그마한 실수가 생명을 앗아가거나 인생을 망쳐놓는 일이 허다하지 않는가.
이번 일은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거기 내 차에서 뭐 하십니까?” 라고 점잖게 접근했으면 상대방은 “이건 제 차인데요” 라고 했을 것이고 다음은 확인 후 미안합니다 하면 끝날 일인 것을----
어두운 길에서 느닷없이 소리치며 달려들었으니 상대방인들 얼마나 놀랐으랴.  그러니 그렇게 급하게 도망을 쳤겠지.
설사 차를 눈앞에서 도난 당했다 하더라도 보험에서 다 해결해 줄 것인데  왜 그렇게 천지가 내려 앉을듯이 당황했는지 모르겠다.
그가 진짜로 강도 였다면 그렇게 무모하게 달려드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왜 생각을 못했을까.
각박한 세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살아온 탓일까
아니면 다혈질인 내 성격 탓일까.
20 여년 전 뉴욕에 살았을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열쇠로 차문을 열려고 하는데 그날 따라 잘 열리지 않았다.
열쇠 구멍에 뭐가 끼었나 하고 다시 열려고 하는데 키가 큰  중년백인 남지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무어라 말을 걸었는데 미쳐 알아 듣지 못했다. 
길을 물어보나 생각하고 excuse me 했더니 당신 내차에서 지금 무엇하고 있느냐 라고 했다.
그때서야  앗차 내 차가 아니구나 하고 ” I am sorry 차가 비슷해서 내 차인 줄 알았다 .  아 내차가 저기있구나” 하고 사과했다. 그러면  내 생각에 That’s OK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이 사람 하는말이 나도 당신이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일단 경찰을 부를테니  경찰에게 얘기하라. 아마 경찰도 이해할 것이다 라고했다. 
은근히 화가 났다. 그러나 내 차 번호가 노출되었으니  그냥 피하면 더 골치가 아파질 것 같고 ---
사소한 일 가지고  이 작자가 시비를 거나 싶어 기분이 나빴다.
내가 동양인이라고 얕보고 이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 경찰이 왔고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판단한 경찰은  앞으로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대수롭지 않게 그냥 갔다.
그때는 불쾌한 생각만 들었고 그후로 잊어버렸는데 이번 사건으로 다시 생각이 났다. 
그때 그 사람이 취한 태도가 참 세련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여유있는 행동과 차분한 일 처리가 이번에 내가 취한 행동과 비교해 보니 정말 많이 다르다.
원칙과 법에 따르는 정리된 사고방식과  그때 그때 적당히  알아서 해결하는 정리되지않은 사고방식의 차이라고나 할까  
이번  해프닝으로  수양이 안된 내 모습을 보는것 같아 참으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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