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반란
박무일
나는 젊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르신이란 말은 오랜 사회적 경륜과 지식을 가진 존경스러운 노인이란 뜻이겠으나 요즘엔 그저 나이 많은 노인이란 뜻으로 쓰여지고 있는 것 같아서다.
어르신이라는 사람 즉 노인은 사회에서 별 도움이 되지않는 짐스러운 존재, 걸기적 거리지 말고 열외에 서시오 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교회에서의 어르신들도 그 위상이 별로 다르지는않은 것 같다. 우리가 다 알아서 대접해 줄테니 앞에 나서서 간섭하지 말고 조용히 앉아계세요 라는 뜻으로 들린다. 사실 노인이 되면 쓸데 없는 아집에 자신을 가두어두는 고집스런 사람들이 많다.
요즘처럼 숨가쁘게 변화되어가는 시대에 적응해 나갈 생각은 하지않고 옛날의 생활습관을 고집한다. 특히 컴퓨터 시대에 이메일도 안 하고 sns 도 하지 않는 것을 자랑(?)하니 자연히 새로운 정보나 얘기꺼리가 빈곤해 젊은이들과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이것 없어도 잘 살았다" 라는 고집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하니 주위 사람들로 부터 무시당하거나 소외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나이들면 자기 아집을 버리고 시대의 변화에 발 맞추어 가려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
나이가 들면 사소한 일에도 서운해지고 외로와진다는 말은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요즘 노인들은 옛날 노인들과는 사고도 다르고 능력도 다르다. 진취적인 생각과 젊은이들 못지않는 능력과 개방된 사고와 그들이 갖지 못한 오랜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주위 사람들에게서 스스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짜 어르신 대우를 받는 노인이 되어야한다.
라스베가스 한인 사회에 아주 특이하고 별난 교회가 생겼다.
어르신들 끼리 모여 만든 어르신들의 교회이다.
이름하여 Silver Mission Church !
주 연령층은 50대 후반에서 80대 중반이다
이 교회는 설립 취지부터 특이하다.
노인들이 모여서 얼마 남지않은 삶을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면서 아름답고 보람있는 삶의 마무리를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는 시무목사를 두지 않고, 자체 교회 건물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정관을 세우고 생긴 교회다 .
주일 설교는 인터넷에서 유명 목사들의 설교중에서 좋은 설교를 골라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 듣는다. 훨씬 감동적이라 모든 교인이 만족한다.
교인들은 대부분 오랜 교회생활을 하신 분들로 신앙의 연륜과
교회의 운영에도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분들이다.
이 교회는 은퇴한 원로 목사와 은퇴한 장로가 있어도 그저 성도일 뿐이다. 예배는 경건한 주일예배 한 번이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새벽기도,수요예배, 금요철야기도 및 구역예배도 없다. 헌금함은 있어도 헌금시간은 따로 없다.
교회를 리드하는 선교사님은 물론 피아노 반주 등 교회의 모든 일들을 교인이 스스로 자원해서 보수없이 봉사한다. 하나님께서 주신 탈렌트를 기쁜마음으로 교회를 위하여 헌신하며 일하는 것이다.
경비로 나가는 돈이 거의 없으니 헌금이 매주 쌓여가고 이 헌금은 거의 전액에 가까운 95% 이상이 가난하고 희망이 없는 사람을 도우는 선교비로 쓰여지고 있다.
당회나 재직회 같은 기관도 없고 단지 운영위원회라 하여 교인들이 매년 돌아가면서 운영위원으로 봉사한다.
예배 진행은 선교사님이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교인이 순서대로 맡아서 할 계획을 하고 있다. 교인들 간에 부르는 호칭도 일반 교회와는 차이가 난다. 장로님 집사님 권사님 이라는 호칭 대신 "성도님" 으로 통일 하고자 시도를 하고있다.
현재 미국내에서의 지역 선교는 '라스베가스'의 젊은 이세 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홈리스나 의료보험이 없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operation hope"라는 무료 의료사업을 하고 있는 단체와, 홈리스를 위한 food bank라는 급식 단체에도 지원 및 자원봉사를 한다. 또한 미국내에 있는 모슬렘 성도들을 개종시키기 위한 "홍해 선교회"에도 지원을 하고 있으며,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과테말라 등 해외 선교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교인중의 은퇴한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팀을 이루어 멕시코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등 이미 우리가 선교지원을 하고 있는 곳에 정기적으로 의료 선교를 할 계획도 하고있다.
또한 "실버 미션"이라는 이름 그대로 선교사업을 하면서 얼마 남지않은 우리 생애를 즐겁 고 멋있게 보내자는 것에도 뜻을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교인들이 단체로 여행을 자주간다.
몇 달전에는 브라이스캐년과 자이언캐년 가는 산 정상에 별장을 빌려 3박4일 동안 수양회를 열어서 신앙도 다지고 친교와 관광도 하고 밤에는 camp fire를 하면서 추억 속 동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즐겼다. 지난해에는 전교인이 멕시코 크루즈 여행도 다녀왔다. 내년 3월에는 우리가 선교 지원을 하고 있는 코스타리카를 방문하여 일주일간 현장 단기 선교 및 관광을 할 계획이다.
아직 계획 단계이지만 한국의 시골 바닷가에 작은 농가집을 교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구입하여고국의 옛정취가 그리우면 교인들이 언제나 갈수있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얼마 남지않은 생애도 즐기면서 하나님 사업도 열심히 하면서 살고 싶은 염원은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교인들 모두가 같은 것 같다
일주일이 언제 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고 주일예배가 기다려 진다
주일날에는 예배가 끝나면 전교인이 모여 성경공부를 하고, 매 수요일에는 5.99 달러의 적은 돈으로 호텔 부페에서 아침과 점심을 하며 많은 정보와 살아온 얘기들을 나누며 친교를 나눈다.
매주 토요일에는 등산을 즐기는 교우들이 "찰스마운틴" 이라는 초여름까지 산정에 눈이 있는 백두산보다 높은 산에 등산을 한다.
또한 골프 동우회가 있어 일주일에 한 두번은 골프를 즐긴다.
나이들면 서럽고 외로워진다고 하나 우리교인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라스베가스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여기서 몇 십년씩 살아 온 토박이가 거의 없고 뉴욕이나 시카고 미시건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콜로라도 등 미 전역에서 온 사람들이다.
은퇴지로 각광받고 있는 이곳으로 모여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에 사느냐고 물으면 "낙원동에 산다"고 하면서 라스베가스에서 노년을 보내는 것을 아주 행복하게 생각한다. 타지에서 살다가 은퇴지로 이곳을 선택해서 온 우리 교인들은 대부분 30년 이상 미국생활을 한 사람들이며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졌던 분들이라 만나면 얘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주위에서는 목사도 없는 이런 이상한 교회는 오래 가질 못할거라고 수근거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교인수가 날로 불어나고 있다. 비슷한 년령과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 이민생활을 겪은 공통된 경력들을 가진 사람들이라 서로 금방 좋은 친구가 되어서 일주일에 2-3번씩 만나다보니 멀리 떨어져있는 가족들보다 더 가깝게 지내게 되어 외로울 틈이 없다.
나는 이 교회를 사랑한다. 이곳에서 내 동료 교인들과 함께 하나님 사업과 남은 내 인생의 보람있는 마무리와 행복을 추구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