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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1 10:00

애니 (annie)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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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annie)의 죽음                                        
                                        박무일
 
우리 부부가 한국에 나가 살고 있을때 미국에 있는 막내 아들로 부터 어두운 소식이 날아왔다. 이메일에 쓰여진 슬픔이 잔득 고여있는 아들의 글을 우리말로 옮겨본다.

Mom & Dad
오늘은 리사와 나에게 참으로  견디기 힘든 날이었습니다.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애니를 안고 의사를 찿아 갔어요.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애니를  영원히 잠재웠습니다.
내 팔에 안긴채  마지막 떠나면서  감았던 눈을 잠시 뜨고 나를 바라보며 힘없이  몇번 꼬리를 흔들고는 떠나갔습니다. 
“주인님 감사했습니다” 그런 눈빛을 남기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갔습니다. 요 며칠 사이에 애니의 건강은  아주 나빠져서 우리는 더 이상 애니가 고통받는 것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당뇨병으로 고통받고 지내온 과거 3년 ! 결국 눈이 멀고  다리가 부러지는 열네살의 힘든 삶이였지만 그런대로 애니는 우리와 한 가족으로 행복했습니다.
저 세상으로 떠난 애니를  병원에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은 너무나 텅 비어 있었어요.
그러나 우리는 슬픈 마음을 달랩니다 . 애니는 아파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지금이 더 행복할거라고 생각하면서-
며칠 후면 애니는 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우리는 그날을 기다립니다.
사진이 새겨진 예쁜 상자속의 애니가 돌아오면  햇볕이 잘 드는 리빙 룸의 피아노 위에 얹어두고 애니가 살아있을 때 처럼 
"굿모닝 애니, 빠이 애니" 하고 말할거예요
애니는 떠나지 않았어요. 언제나  우리와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love Your son
 
마음이 여린 아들이 이글을 쓰면서 울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많이 아팠다. 
막내가  초등학교 3학년 쯤 몹시도 개를 갖고 싶어했다.
그러나 개를 무서워하는 아내와 집안에서 키우지 못하게 하는 아파트 규정 때문에  그 소원을 들어 줄수가 없었다.
어느날 가까이 지내던 교인 가정에서 키우던 요크셔테리와 푸들 사이에서 새끼 4마리가 태어났는데 막내의 마음을 알고있던 그 교우가 한 마리 가져다 키워보라고 권했다.
이 말을 옆에서 들은 아이는 밤낮을 졸랐고 드디어 우리는 몰래 키우기로 작정하고 젖을 떼는 한달 뒤에 데려오기로 했다.
아이는 그 한달을 손꼽아 기다리며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른다.
강아지가 집에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식구는 이름 짓기에 열중했고 드디어 딸애가 지은 애니라는 이름으로 낙착 되었다.
그 새끼 강아지 애니가 집에 오던날  우리집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렇게 하여 애니는 우리집 식구가 되었고  동물병원에 박애니로 등록까지 하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나는 물론 개를 무서워하던 아내까지 아이들보다 더 애니를 사랑하게 되었다.
우리가 시장을 보러 가거나 야외에 나갈때는  으례이 자동차 앞좌석 아내 무릎에  안겨서 창문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맛바람에 사색이라도 하듯 실눈을 뜨고  멋있게 머리털을 휘날렸다
자동차 키소리를 들으면  어디에 있었는지 쏜살같이 달려와  차문을 열기가 바쁘게 냉큼 앞자리에 뛰어 올랐다.
집안에서는 내가 앉거나 누우면 눈치를 슬슬 보면서 내 몸 어디에든 살짝 자기 몸 일부를 부치고는 엎드려 졸음을 즐겼다.
그러나 평화로웠던 시절이 지나고 애니 생애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딸애와 막내가  멀리 대학교 기숙사로 떠나가고 우리 부부도 집안 사정 때문에 몇 년간 한국으로 나가있게 되었다.
홀로 남을 애니 문제로 가족회의가 열렸고 고민끝에 우리가 한국으로 데려 가기로 했다.
그후 한국에서의 애니의 생활은 비극이였다. 그곳 식구들 특히 아버지께서 개를 싫어하셔서 눈에 띠기만하여도 고함치고 발길질을 하여 애니는 항상 눈치를 보며 주눅이 들어서 걸음도 제대로 못 걷고 옆으로 비실비실 걸었다.
우리가 외출을 하고 나면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종일 방안 침대밑에서 오줌도 참고 돌아올 때 까지 숨죽이며 기다리곤 했다.
다행히 막내가 대학을 로스엔젤레스로 옮기는 바람에  애니를 다시 미국에 데리고 가서 막내에게 맡겼다
그때 애니는 이미 당뇨병에 걸려 있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외출할려고 밖에 나가면서 일부터  자동차 열쇠뭉치를 흔들며 소리를 내어도 예전과는 달리 물끄러미 바라보다가는 다시 제자리로 뒤돌아가곤했다. 차를 타면 어지럽고 괴로워서 피한다는 것을 병이 짙은 후에야 깨달았다.
그러나 우리는 병든 애니를 남겨두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세월은 흘러 애니가 죽은지 벌써 수년이 지나갔다.
그 동안 막내는 오랫동안 사귀던 여자친구인  리사와 결혼을 하였고  그들 신혼 아파트에는 아직도 애니가 리빙룸 피아노 위에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한결같이 "굿모닝 애니 ,아이 러브유  애니"라고 외치는 아들, 며느리의 사랑을 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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