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불능 거리의 약탈자들

2021.07.22 15:36

노기제 조회 수: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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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촌 노기제(통관사)

 

   정의구현을 외치며 시위대에 참여했던 무리들이 갑자기 약탈자로 변했다. 처음부터 약탈하겠다는 기회를 노렸던 건 아닐 것이다. 코로나 19로 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제약받는 일상이 숨통을 조였음에 무엇에라도 항의하고 싶었을 게다.

   한 백인 경찰이 체포 과정 중 남용했던 권력으로, 용의자 흑인을 죽게 한 사건이 보도되면서 뉴스를 접한 이들을 분노케 했다. 충분한 경험을 통해 시정 되었어야하는 백인경찰의 흑인을 향한 권력 남용이다. 같은 이유로 20여 년 전 우리 한인 타운이 쑥대밭이 되었던 기억이 아프다. 약자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무리들의 항의 시위가 도시와 도시를 이어가며 확대 된다.

   사건 발발 닷새째. 시위대의 참모습이 의심되는 날이다. 내가 사는 엘에이에서, 끝내는 약탈자의 모습을 드러냈다. 하루종일 티비로 중계되는 약탈자로 탈바꿈한 무리들의 모습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본다. 정의롭지 못함을 항의하는 바람직한 모습들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물론 시위대로 모였던 모든 사람은 아니다. 극히 소수의 숫자가 아직도 시위대의 위치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베벌리힐즈 지역, 산타모니카 지역, 롱비치 지역, 경찰이 출동해서 진을 치고 있음에도 통제 불능이다. 경찰차가 불에 탄다. 흥분 상태의 짐승처럼, 닫힌 유리문을 깨고 침입한다. 눈에 보이는 대로 손에 잡을 수 있는 만큼 품에 안고 나온다. 군중심리다. 뭐 저런 것들이 있어? 라며 비난의 눈초리로 멈춰 섰다가 슬금슬금 가게 안으로 따라가는 무리도 있다. 들고 나오다 흘려도 그냥 간다. 두 팔로 움켜 안은 것들을 자칫 와르르 다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약탈한 물건들 사용하면서 무슨 생각이 들까? 공짜로 얻은 값나가는 물건이라 헤벌쭉 기분이 좋아질까? 자신들이 피해를 준 가게 주인을 생각해 볼까? 정의를 외치는 태도는 남이 저지른 잘못에만 적용되는 모양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괴롭힘을 주는 행위는 정당하다 주장하는 뻔뻔함이 약탈자들 모두의 얼굴에서 잘잘 흐른다.

   어제는 저녁 8시였던 통금 시간이 오늘은 6시로 변경됐다. 약탈이 극성을 떨던 오늘, 산타모니카 지역의 통금 시간은 오후 4시로 공고 됐다. 아랑곳없이 약탈을 감행하는 무리들이 점점 확산 되는 상황이다. 내일엔 어찌 변할는지 예측을 못한다는 뉴스를 계속 듣는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내리면서 단체 약탈은 개인 약탈로 바뀌어, 줄어드는 무리에게 통금 위반 경고가 전달 되지만 약탈행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진압을 위해 파견되는 경찰들의 상태가 걱정된다. 물 한 모금도 공급되지 않고 땡볕 아래 몸으로 벽을 만들어 긴 시간 미동 없이 서 있는 누군가의 아들딸이고, 엄마 아빠이고, 아내 남편일 그들이 내 가슴에 통증을 준다.

   무엇을 어떻게, 누구를 위해 기도해야 좋을지 정리할 수 없는 생각에 끼니를 거른다.  코로나 19로 방콕 하던 때보다 답답해지는 강도가 한층 무겁다. 인간이 인간이길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새로 생긴 통금 시간 탓이라 돌리기엔 뭔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하다.  ? 무엇이? 내 숨통을 이리 조여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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