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上善若水)의 삶을 돌아본다
2016.09.18 05:32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삶을 돌아본다
9월도 중반에 접어들며 어제가 추석이었다. 이 미국 땅에서 무슨 추석이냐고 하겠지만, 우리 코리안들은 그래도 ‘추석’은 마음으로부터 괄시 못할 ‘명절’이다. 비록 미국 생활이 고향의 그것처럼 풍성하고 정겹지는 못하더라도 그래도 이 날이 되면 공연히 명치끝이 저릿해지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별처럼 떠오른다. 왜일까? 벌써 망팔(望八)을 바라보는 연륜의 안타까움을 어쩔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여기 저기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문득 돌아가신 박경리 선생과 박완서님의 말년의 해탈(解脫) 법문 같은 글귀 몇 토막이 눈에 들어와 얼씨구나 끄집어내어 그 분들의 그림자를 따라가 보았다.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할 수 있어 좋다. 그래서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그리고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않다. 한겹 두겹 책임을 벗고 가벼워지는 느낌을 음미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소설도 써지면 쓰겠지만 안 써져도 그만이다."
이 글은 몇 년 전 돌아가신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생전에 썼던 글이었다. 그런가 하면 소설가 박경리 선생도 똑같이 이런 말을 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
두 분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였다. 연세로 보면 박경리 선생이 연배지만, 어쩌면 두 분의 생각이 그렇게 비슷했을까? 돌이켜 보니, 두 분 다 여든의 앞뒤 연세에서 돌아가셨고 또한 자식들로 인해 마음 고통을 받은 것도, 그리고 조용한 시골집에서 삶을 마감했던 것도 모두가 비슷했다. 박경리씨는 원주의 산골에서, 박완서씨는 구리의 시골동네에서 노년의 침묵을 가르쳐 주면서 상선약수(上善若水) 같은 삶을 사셨다.
상선약수(上善若水)란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두 분은 흐르는 물처럼 남과 다투거나 경쟁하지 않는 부쟁(不爭)의 삶을 살았고, 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주변의 마음을 풍요롭게 했지만, 공을 과시하려 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부딪치는 모든 것들에게 배우고, 만나는 모든 것들과 소통하며 장강(長江)의 문해(文海)를 해쳐가며 그 글속에서 인생과 사랑을 말했다. 두 분은 노년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보여 주었고, 후배들에게 이렇게 나이 먹어야 한다고 조용한 몸짓으로 표현했다. 두 분의 노년의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지금 느끼건대, ‘자유’ 그 자체였었다,
어떤 시인은 “추억과 복고는 한솥밥을 먹는다. 하지만 명절이 되어 재래시장이든 백화점이든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짝퉁’일 뿐이다. 태엽만 감으면 미래의 시간에 닿을 것만 같은 시계와 끊어진 길을 찾고 싶은 발자국, 누군가의 어깨를 내려놓은 가방. 다시 인연을 돌리고 싶은 다이얼 전화와 고슬고슬 오후를 뜸 들이는 전기밥솥. 아날로그와 한물간 디지털이 모여 앉은 풍물시장엔 제 시절로 돌아갈 내비게이션이 없다“라고 노래했다.
그렇다. 제 아무리 한 시대를 누볐어도 누군가의 손에서 다시 재활되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것들. 나는 어느 쯤에서 한번쯤 재생될 수 있을까... 희망하지만, 그러나 젊음은 한번 쓰이고 나면 폐기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음을 안다. 천천히 걸어도, 빨리 달려도 이 땅에서의 주어진 시간은 오직 순간이기에 더러는 짧게, 더러는 조금 길게 살다 떠나갈 뿐이 아니겠는가. 욕심 부리지 말자.
이제 9월도 곧 갈 것이다...오늘이 어제가 될 것이며 그냥 내일은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자유로움으로 살자. *
댓글 7
-
Chuck
2016.09.20 00:51
-
Chuck
2016.09.20 02:59
"https://www.youtube.com/embed/KGM990gpivU" -
son,yongsang
2016.09.23 01:41
제 고향이 밀양인데...정든 님 기다렸는데 올 기미가 없어서 기냥 물 건너 왔습니다. 뉘신지 인사 여쭙니다.
-
Chuck
2016.09.23 03:05
저는 자유인 최 무열 임니다
제법 싸늘함이 감도는 아침입니다
별 것이 아니라고 보면 참으로 시시하고, 쓸모없고
바보 참 바보 같은 인생이지만,
귀하다고 여기면 너무나 귀하고 고귀하여
세상의 어느 것보다 찬란한 인생?
참,
살아볼 가치가 있는 우리의 삶,
물은 쓰지 않으면 썩어 버리고, 쇳덩이도 사용하지 않으면 녹이 슨다. 했지요
이제, 그대의 인생을 갈고 닦아 찬란히 만들어 보세요
우리내 인생 말로 다 할수없는기회을 갈고 닦아서 후회없는 삶이 되시기를 ~~Thank you for that being COMMENT...
Have a great wonderful weekend...
"https://www.youtube.com/embed/QrEedoLFyfo"
-
son,yongsang
2016.09.23 01:54
한 30년 전에만 해도 엽전을 꾸러미로 줘도 적어도 글 명예 사주는사람은 없었는데... 요즘은 어찌 보면 그것도 비지니스라 꼭 욕할 수만도 없더라구요. 다만 턱도 아닌 괴발로 읽는 사람 짜증나게 하지 않으면 봐줘야지 어쩌겄어요. ㅋ. 그나저나 늙어지면 그저 여생을 물처럼 사는 거이가 정답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오연희
2016.09.22 01:13
추석..괄시못할 명절이긴 하지만 미국생활이 길어질수록 빛이 바래가네요.
'상선약수'의 삶...왠지 숙연해지고...한참 머물다 갑니다.
-
son,yongsang
2016.09.23 01:37
댓글 올리기가 이상하게 잘 안되네요. 뭔 문제가 있는지...? 늘그지면 물처럼 사는 게 좋고, 또는 살게 된다고 하네요! 늘 매력 있는 여류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0 | 시조 / 그리움 | son,yongsang | 2018.12.31 | 84 |
49 | ‘풍연심(風憐心)’ | son,yongsang | 2018.11.26 | 226 |
48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son,yongsang | 2018.11.26 | 133 |
47 | 꽁트 / 미운 며느리 염장 지르기 | son,yongsang | 2018.08.25 | 71 |
46 | 시 / 바람 | son,yongsang | 2017.09.04 | 85 |
45 | 사순절에 ‘죽음’을 체험하다 | son,yongsang | 2017.03.31 | 86 |
44 | 계절산조(季節散調) 5題 / 2016년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수상작 | son,yongsang | 2017.02.03 | 104 |
43 | ‘구구탁 예설라(矩矩托 禮說羅)‘ | son,yongsang | 2017.01.17 | 134 |
42 | 시 / 겨울 斷想 . 2 | son,yongsang | 2016.12.03 | 37 |
41 | 시간의 춤 . 2 [4] | son,yongsang | 2016.11.03 | 185 |
40 | 시간의 춤 . 1 ㅡ아내룰 위한 序詩v [3] | son,yongsang | 2016.11.03 | 109 |
» |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삶을 돌아본다 [7] | ysson0609 | 2016.09.18 | 212 |
38 | 천사여, 고향을 보라 | ysson0609 | 2016.05.08 | 148 |
37 | 윤회(輪廻) ㅡ소이부답심적한(笑而不答心積限) | ysson0609 | 2016.04.04 | 451 |
36 | 진정한 ‘부활’을 다시 보았다 | son,yongsang | 2016.04.04 | 17 |
35 | “시계가 어떻게 혼자서 가?” | son,yongsang | 2016.03.25 | 41 |
34 | 우리가 사는 이유 | son,yongsang | 2016.01.13 | 76 |
33 | 겨울 素描 | son,yongsang | 2015.12.24 | 49 |
32 | 나의 고백 . 2 [2] | son,yongsang | 2015.10.18 | 171 |
31 |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하여 | son,yongsang | 2015.08.14 | 27 |
자네 말이야 ~
누가 시인이라 부르는 가
오랜만에 얼굴하나 만났네
뭐하며 보냈냐기에
열심히 시간 죽이고 있었다 했더니
무엇으로 시간 죽이냐고 물어
적극적 삶에 동참했다 했지
그러니 이 얼굴 내게 물어오길
어떤 것이 적극적인 삶이냐고 반문해서
내게 할당된 오늘을 둥글게 깎는 것이라 했더니
무슨 연장으로 깎느냐고 재차 물어서
그걸 못 찾아서 아직도 고생중이라 했지
그러자 한심한 듯 바라보던 얼굴이 그러더군
나 이번에 등단해
어떻게?
현대는 자본주의라는 거 잊지 말게
돈이 없으면 시간 죽이는 것도
적극적인 삶도 모두 고생으로 끝나고 말지
시집 나오면 보낼 테니 읽어 보게나
현실은 참 힘들고
세상은 파내어도 파내어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거야
이 보게
물처럼 사는 것’이라고 말했던돼 말이야 ~~ ( 받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