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산조(季節散調) 5題 / 2016년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수상작
2017.02.03 02:16
계절산조(季節散調) 5題
2016년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수상작
조춘(早春)
1
봄소식 전한다고 꽃망울 터지더니
돌연한 꽃샘 한파 꽃 무덤 생기겠네
봉오리 맺히다 멎은 나무 등걸 가여워
2
정원 길 산책하던 한적한 저녁 나절
하.부.지 부르면서 달려온 내 강아지
곧 바로 보듬지 못해 안타까움 어쩌나
3
어느 날 천형(天刑)되어 바보 된 할아버지
사랑은 끝없는데 마음만 겅둥거려
봄 꽃샘 한파 닥치면 어찌할 방법 없네!
초하(初夏)
1
초록 눈 초록 입술 싱그런 초록 얼굴
잎 새 속 감추어진 터질 듯 꽃봉오리
애기씨, 입 다물어요 꽃샘바람 불어요
2
꼬불한 밭두렁 길 중의(바지) 접고 걷는 새벽
서그렁 쏴아~샤아 들바람 불어오고
밤도와 흐드러져 핀 송이송이 나팔꽃
3
영롱한 새벽이슬 꽃잎에 똬리 틀며
고시랑 속삭이는 은밀한 풀꽃 연어(戀語)
아지매, 조용 걸어요 연인의 꿈 깨질라
중추(仲秋)
1
알곡 진 벼 이삭에 귀 열고 물어보니
여름내 초록 얼굴 어느새 황금물결
소쿠리 새참 펼치니 풍성한 들녘 일세
2
드높은 창공 가른살 같은 저 소리개
이삭 문 참새 떼들 황망히 흩어지고
덜그렁~ 허수아비가 저 혼자서 춤을 춰
3
금빛 뜨락 양광(陽光)아래 도리깨질 얼쑤로다
도랑 속 자갈 밑에 숨죽인 가재 한 쌍
얘들아, 물장구 그만 맑은 물길 흐릴라
만추(晩秋)
1
늦가을 햇빛 한줌 뜨락에 머문 오후
건듯 부는 소슬바람 난 분분 꽃 이파리
해질 녘 신작로 따라 헤매 돌며 흩날려
2
산책로 갓길 따라 무리 진 풀꽃 속에
애잔히 흔들리는 코스모스 춤사위가
뜨겁던 초록 입술을 못 견디게 그리나
3
나무 잎 잎 새 마다 눈부신 금빛 무늬
흑발이 백발 된들 푸른 맘 변해질까
손주 놈 뒤뚱 걸음에 지난 세월 아쉬워
입동(立冬)
1
나무 잎 맴돌아서 창가에 떨어지네.
간간한 소슬 바람 내 맘속 훑어 돌며
빛바랜 이파리들이 낙화(落花)되어 흩어져
2
한 잎씩 쌓인 낙엽 발아래 수북하고
잎 새에 새겨졌던 한 가슴 타던 사연
지난 날 푸른 꿈들이 세월 속에 묻히네
3
꼬불한 산책로를 휘돌아 걷는 발길
연못 속 하늘아랜 외로운 구름 한 점
코끝의 시린 갈 바람 삭풍(朔風)될까 두려워
* 작가메모 :
ㅡ어느 날 어이없이 天刑(천형)의 몸이 되어 하마나 하마나 꺼지기를 기다리며
세월을 죽였다. 어언 세월이 흐르고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나날 속에서
그래도 나와는 상관없이 산천은 어김없이 계절 따라 그 모습이 변해갔다.
해서... 문득, 기쁘거나 슬프거나 박완서 님의 말처럼 잠시라도
내 눈에 비치는 살아 있는 그 모습들이 아까워 그때그때 맘 속에 박아두자는
‘꿈을 담는 사진사’가 되기로 하였다. 덕분에 아주 조금씩 ‘희망’을 보긴 하지만,
어차피 그래본들 인생이 부질없기는 마찬가지 아닐까....헐!
심란해 끼적였던 연시조 5수를 재외동포재단에 보냈더니
어쩌나, 헉 '문학상'이란 것으로 돌아왔다.
40년 전 신문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 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옛말에 ’칠십에 능참봉’이라더니 요즘 젊은이들 말처럼 ‘깜놀’이었다.
2016년 8월
<심사평>
이 시는 특유의 리듬감을 시의 외연을 확장해가는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
목소리의 울림도 크고 깊어서 신뢰가 갔다. 한편 한편 공들인 흔적도
이 시를 선택하게 된 힘이 되었다. 다만 작품의 길이가 좀 마음에 걸렸으나,
시 전체의 세공성을 생각했을 때 무리가 없어 보여 심사 위원들이 모두 방점을 찍었다....
(신경림, 신달자,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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