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충분조건

2008.01.05 08:42

정목일 조회 수:1037 추천:54


어릴 적에 풀밭에 놀러가서 곧잘 네 잎 클로버 찾기에 골몰하였다.
몇 시간을 보내야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할 수 있지만, 허탕을 치는 때가 많았다.
클로버 중에서 네 잎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클로버 잎은 세 잎이 정상인데도 희귀한 네 잎 클로버를 찾는 데만 열중하였다.
나에게도 행운이 돌아올 듯한 감정이 생기는 것을 느끼곤 했다.
풀 중에서 보석처럼 생각되던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시간을 보내던 때를 헛된 것이라곤 생각하진 않는다.

누구나 특별, 고귀, 존엄, 우아, 화려한 것을 찾아 헤매지 않은 인생이 있을 것인가.
이런 것들은 희귀성 때문에 가치를 빛내고, 얻기 어렵다는 데서 소유욕을 부채질한다.
평소엔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느끼지 못한다. 눈병이 났을 때라야 눈의 소중함을 절감한다.

치아에 이상이 생겼을 때에라야 고마움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건강할 때는 모든 것들이 없는 듯하다.
평소엔 알지 못하고 지내다가 그게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는 이미 아픔을 겪고 있을 때다.


부모를 극진히 모시고 싶을 때는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을 때이다.
평소엔 소중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것을 자신이 모르고 지내기 쉽다.
자신에게 없는 것이 타인에게 있음을 보고서 부러워하고 동경할 뿐이다.
모든 걸 다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이란 없다.
그런데도 자신이 가진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세 잎 클로버처럼 말이다.
이런 것이라면 없는 것과 별반 다름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건강을 잃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 이 세상에서 건강이 제일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다.

눈을 잃은 사람에게는 눈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다.
평소엔 얻는 것만 바랐을 뿐 잃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 내게서 잃을 것이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행운은 네 잎 클로버가 아닌 세 잎 클로버에 있다.

특별하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행복을 소유하는 길이다.
특별, 고귀, 화려, 찬란을 얻으려는 데서 허욕, 과시, 집착, 초조감이 생기고
불행을 자초하는 게 아닐까.
무욕, 평범, 겸허, 소탈은 경쟁과 대립과 갈등의 요인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에 고요를 줄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평온을 안겨준다.
행운은 네잎 클로버처럼 비정상적인 것이다.
복권 당첨을 바라고 횡재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아예 그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설사 자신에게 행운이 돌아왔을지라도 언젠가 사라질 것임을 알고
배웅할 준비를 해야 한다.
행복은 보이지 않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자신의 마음에 있으며 주변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호홉기질환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병원에서 숨을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절감한다.

오래 동안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에겐 자연 속으로 걸어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알게 된다.
젊을 때는 청춘이 얼마나 존귀한 것인지 알지 못하고,
노인이 돼서야 비로소 느끼게 되고 만다.
부모가 계신다는 것, 가정과 가족이 있다는 것,
온전한 육체를 타고 난 것만으로도 행복 조건은 충분하다.


행복은 느끼는 사람의 몫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주변에 있을 때는 부족함이 없어 느끼지 못한다.
결핍과 상실이 있을 때에 후회와 한탄을 한다.
특별함, 눈부심만 바라보다간 행복을 잃게 된다.
행복은 소박함과 평범이 짓는 미소일 것이다.
네잎클로버는 비정상이지 특별한 게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얼마나 행복한 순간들이 흘러 가버리고 말았는가.
보이지 않던 작은 일들, 대수롭지 않은 것들,
무사한 시간들이 얼마나 평온하고 다행스런 것이었던가.
물질만능시대에 인간의 욕구는 끝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물질이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는 생각은 정신의 황폐를 불러온다.

재벌이라고 해도 온전한 가정과 가족이 없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극단적인 이기와 물질추구는 정신의 황폐만이 아닌 인간 관계, 환경,
가정의 황폐를 재촉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 황폐로 행복불감증에 걸려 있다.

행복충분조건을 가지고 있건만, 불행과 불만 속에 살아가고 있다.
진정한 행복이란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존재의 의미를 알려고 하는 데서 싹튼다.

인간은 영원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언젠가 사라질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아는 데서 행복이 찾아온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것에 대한 의미 부여가 행복의 발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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