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2023.05.05 21:24

조형숙 조회 수:8

어둠속에만 있기 싫었다 
나도 가끔은 
햇빛이 그리워 
밝은 곳으로 외출했다
 

로스펠리즈 길을 지나다 보면 두껍고 긴 뿌리가  땅위로 올라와 있는 나무들이 있다. 보통은 나무둥치가 밖으로 나와 있고 뿌리는 땅속에 있어야 하는데 이 나무는 신기했다.  멈추어 사진을 찍고 잎과 줄기, 나무 둥치와 뿌리를 자세히 살펴 보았다. 

나무는 품위있게 우뚝 서 있었고 잎사귀는 햇빛에 윤기로 반짝이고 있었다. 뿌리는 불뚝불뚝 넓고 길게 땅위로 올라와 퍼져 있었다. 뿌리는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야하는데 길을 잘못들어 땅위로 올라 왔을까?  
 
뿌리는 땅속의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하여 저장했다가 나무가 똑바로 설 수 있도록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 뿌리는 열심히 영양분을 빨아들여 나무에 공급하고 나무는 햇빛을 받아 무럭무럭 자란다. 시간이 가면 나무는 위로 자라 척추가 굵어지고, 뿌리도 굵어진다. 
그러나 뿌리는 뿌리일 뿐이다. 뿌리는 나무가 아니다. 아무리 번져나가도 나무가 될수는 없다.  뿌리의 삶을 사는 동안 뿌리의 끝을 땅밖으로 내밀어 스스로 광합성 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땅속은 바깥 환경에 영향없이 조용하다. 땅위로 나온 뿌리는 더 이상 땅 속에서 수분과 영양을 흡수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저것은 나무 뿌리일까 줄기일까?  땅위로 올라오는 뿌리는 이미 뿌리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었다. 뿌리라고 하지 않고 가지라고 부른다 했다.  잔뿌리가 있어 굵고 큰 뿌리 밑에서 양분을 공급 해주고 있는 것일까? 
 
식물에는 굴광성과 굴지성이 있다. 식물이 빛의 자극을 받아 빛을 향해 생장하는 성질을 굴광성이라 한다.  식물이 지구 중력에 반응하여 밑으로 자라는 현상을 굴지성이라고 한다.  Egg Head 한 분의 설명으로 위로 나온 뿌리 밑에는 잔뿌리가 있어 굴지성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햇빛에 등은 밖으로 나왔지만 발은 땅속에 감추고 있었다. 뿌리는 땅속에서 잘 적응하여 자기의 할일을 하고 있었다.  튼실하게  서있는 나무는 발 디딘 곳에 뿌리를 내렸다. 
 
뿌리는 줄기를 키우려 더 넓게 뻗어간다. 비의 넉넉함을 모아 나무에게 주고  나무가 한 치 씩 위로 오를 때 마다 뿌리는 얼마나 풍요로웠을까?  기쁨으로 뿌리가 넓게 퍼져갈 때 나무는 더 높이 올라갔다. 지경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렇게 공생했다. 
 
나무와 뿌리의 속내를 알수는 없다. 뿌리가 넓게 길게 자리를 차지할 때 나무는 큰 힘으로 하늘로 치솟는다. 뿌리의 입장이 되어 보았다. 해를 피해 어두운 땅 속에 있는 것이 싫었다. 땅속은 어둡고 습하니 따뜻하고 밝은 곳으로 나가고 싶었을 거라고 나름 뿌리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햇살 따뜻하고 넉넉한 비와 구름으로 뿌리는 더 넓게 퍼져나간다. 바람에도 끄떡없이 얽혀있는 뿌리와 나무가  땅을 보듬는다. 살아가려는 절실함이 있었다. 
 
 
사진과 함께 시를 써서 디카시 전시회에 내었던 글이다.
이날 서각도 함께 내었다.   (5/26, 27, 28 /2023년 겔러리아 3층 전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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